[SE★초점] '프로듀스101'이 남긴 아이돌 오디션 왕좌…누가 꿰찰까

SBS '라우드', MBC '방과 후 설렘', Mnet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 사진=SBS, 포켓돌스튜디오, Mnet 제공

전 국민을 프로듀서로 만들겠다던 ‘프로듀스 101’(이하 프듀)의 아성이 조작스캔들로 무너지면서 아이돌 오디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지만, 그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도전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올 하반기 역시 방송사별 대규모 아이돌 오디션이 속속 베일을 벗으며 ‘오디션 출신 그룹’의 영광을 노리고 있다.


최근 방영되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글로벌 그룹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가 증명한 것처럼 K팝 그룹이 더 이상 아시아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스케일은 커지고 참가자들의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SBS ‘라우드(LOUD)’는 하반기 론칭을 기다리고 있는 프로그램 중 가장 먼저 베일을 벗었다. JYP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박진영과 피네이션 대표 싸이가 손잡고 제작한 월드와이드 보이그룹 프로젝트로, 지난 6월 5일부터 방송되고 있다. 전 세계 10대 소년이라면 누구나 참가 가능하고 춤과 노래 실력만으로 심사하는 오디션과는 달리, 한 인물이 품은 큰 세상과 예술적 능력 그리고 매력을 조명한다는 것이 기획 의도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다른 시선으로 접근하며 첫 방송 9%(닐슨코리아/전국)의 시청률로 기세 좋게 출발했으나, 하락세를 이어가다 최신 회차의 시청률은 3.9%까지 떨어졌다. 회차가 넘어갈수록 큰 차별점 없이 비슷한 전개로 흘러가 신선함이 없다는 평이 많다.


8월 6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은 Mnet에서 오명을 벗기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한·중·일 33명씩 총 99명 선발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최종 데뷔 멤버 수는 9명이다. 한·중·일 국적의 2006년 1월 1일 이전 출생자이면 개인 연습생, 회사 연습생, 데뷔 가수 모두 무관하게 지원할 수 있다. ‘걸스플래닛’에는 1만 3,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그중에서는 현역 걸그룹 멤버들과 각종 오디션 출신 인물들까지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원더걸스 출신 선미와 소녀시대 티파니 영이 K팝 마스터로 자리해 기존 K팝 팬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을 예정이다.


현재 ‘걸스플래닛’은 방송 전부터 암초에 부딪힌 상황이다. K팝 그룹 내 중국인 멤버들의 잡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참가자들의 출연을 반대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방송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원자는 “이 프로그램에는 ‘항미원조’를 외치는 중국의 사람들이 오디션 참가자로 나온다”며 “‘항미원조’를 지지한다는 것은 북한이 남한을 침공한 것이 정당하다는 뜻이고, 앞으로도 북한이 남한을 침공하는 것이 옳다고 지지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사람들을 한국에서 가수 데뷔를 시키고 그 영향력을 키워주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내란선동죄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 사진=방송을 앞두고 있는 Mnet '걸스플래닛999'(위)와 MBC '방과 후 설렘' 티저

MBC는 연달아 아이돌 오디션을 선보인다. 9월 첫 방송되는 ‘극한데뷔 야생돌’은 야생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보이그룹 선발 오디션이라는 점에서 큰 차별화를 둔다. 오는 11월 론칭되는 ‘방과 후 설렘’은 MBC가 오디션계 새 지평을 연 한동철 PD와 함께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한 PD는 Mnet을 오디션 왕국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쇼미더머니’·‘언프리티 랩스타’·‘프듀’를 기획, 제작했다. 크레이티브한 기획력의 소유자인 한 PD가 새롭게 선보이는 ‘방과 후 설렘’은 글로벌 걸그룹 발굴 육성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걸스플래닛’과 궤를 같이하지만, 좀 더 명확한 목표는 빌보드 차트인에 도전하는 것이다. 지원 자격은 국적을 불문하고 13세 이상의 여성이면 되고, 이미 지원자가 8만명이나 육박해 제작이 지연될 수 있다고 전해졌다. 한 PD는 세계적 공연 제작사 2곳로부터 월드투어 진행을 제안받고 3년간 진행될 투어에 대한 미팅을 한 상황이다. 아울러 오디션 프로그램 시작과 동시에 관련 플랫폼을 론칭해 팬덤 외에 K팝 산업에 대한 관심을 증진시킨다는 계획이다.


앞서 티저를 통해 공개된 ‘방과 후 설렘’의 콘셉트는 기존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프로그램명처럼 학교를 배경으로 해 참가자들이 교복을 입고 등장해 Mnet ‘프듀’ 시리즈와 ‘아이돌 학교’의 잔상이 아른거린다. 한 PD가 ‘프듀’를 기획한 인물인 것을 염두에 두더라도 답습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 요소는 사실상 편집과 출연진들의 스타성이다. Mnet은 ‘프듀’ 시리즈뿐만 아니라 ‘쇼미더머니’·‘고등래퍼’·‘아이돌학교’ 등 다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오디션의 흥망 요소를 습득한 상황”이라며 “‘걸스플래닛’은 기존 오디션에 출연했던 가수들, 기존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출연한다고 알려졌기에 기대감도 크고 부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조작 논란보다도 ‘글로벌’이란 명목하에 모인 중국 멤버들에 대한 거부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의 한국 문화 동북공정으로 인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인데 ‘걸스플래닛’도 이런 문제를 피할 순 없다”고 말했다. 또 “이와 비슷한 형식의 ‘방과후 설렘’은 우려되는 요소가 있다”며 “최근 대두되는 사회 문제에 따라 앞서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은 윤리성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방과 후 설렘’도 여고생 콘셉트 차용한다는 점에서 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속 아티스트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력이 있는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서바이벌이라는 소재의 자극성과 성장 서사는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받아 온 포맷이고, 전 세계적으로 K팝이 각광받는 시기가 맞물려 있어 ‘프듀’를 잇는 히트작이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본다”며 “프로그램이 흥할 경우 만들어지는 아이돌의 수익성과 파급력을 생각했을 때 한동안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 수요 역시 계속될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연습생을 출연시켜 본 입장에서는 데뷔를 앞두고 어떤 마케팅을 해도 방송 출연만큼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얻기는 쉽지 않다”며 “인지도를 쌓을 수 있을뿐더러, 잘 하는 친구들을 보고 자극도 되면서 단기간에 트레이닝이 될 수 있어 출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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