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2.0] “오감을 활용해 깊이 읽는 습관을 가져보세요”

남산도서관이 마련한
전병근 대표의 ‘디지털 시대 책 읽는 삶’
서울 동대부여고 학생들 대상으로
‘읽기’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 가져

전병근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동대부여고 학생들에게 ‘읽기’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14일 서울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여자고등학교(동대부여고) 학생 50여명이 하나둘 온라인 강의실에 입장했다. ‘읽기’의 중요성을 고찰하는 특별한 강의을 듣기 위해서였다. 남산도서관이 지역 청소년의 인문학 사고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강좌였다. 강의는 전병근 북클럽 오리진 대표가 맡았다.


전 대표는 “글을 읽고 해석하는 ‘문해력’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반복적인 훈련으로 발전하는 것”이라며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깊이 읽기’가 무엇인지 종이책과 디지털책 읽기의 차이점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다”며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했다.


디지털 기기의 편리성으로 종이 문서들도 빠르게 디지털화 되고 있다고 말한 전 대표는 “그럼에도 종이책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물성(物性)’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책장을 넘길 때 느껴지는 종이의 촉감, 인쇄된 활자의 시각적 질감 등을 의미하는 종이책의 물성은 글을 읽을 때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게 해 읽은 내용을 오래 기억에 남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디지털 기기로 글을 읽으면 영화의 자막처럼 글자를 흘려보내는 것에 익숙해지게 된다는 것. 전 대표는 “디지털 기기로 글을 읽으면 다음 페이지에 나올 영상을 미리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머릿속에 잡아두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책 읽기와 비교해 종이책 읽기의 또 다른 장점으로 그는 “디지털 기기에는 내가 현재 사용하는 기능 외에도 다른 기능도 함께 있어 집중력을 흐트러뜨린다”며 “종이책은 이 같은 읽기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차단돼 내용에 좀 더 집중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종이책만 읽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 전 대표는 “읽기의 최종 목표는 생각과 연결해 글을 깊게 읽어 장기기억으로 가져가는 것”이라며 “종이책으로 읽는 방법이 습관화되면 뇌의 저장 능력이 종이책 읽기에 맞춰 발달되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로 글을 읽을 때도 종이책을 읽을 때와 유사한 장기기억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를 마치며 전 대표는 “인생은 마라톤”이라며 “목표점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좋은 습관으로 자신의 능력을 꾸준히 키워 나가라”고 당부했다.


남산도서관이 마련한 전 대표의 ‘디지털 시대 책 읽는 삶’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강의에 참여한 동대부여고 1학년 강민서 양은 “책 읽는 것에 게을리 했던 나 자신에 부끄러움을 느꼈다”며 “좋은 읽기 습관에 대해 일깨워 준 유익한 강의였다”고 말했다. 1학년 고승비 양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도 모르게 깊이 읽기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깊이 읽기의 중요성을 배우게 돼 유익했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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