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70대 환자는 처음 내원했던 당시 이미 무릎관절이 많이 닳고 염증이 심해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해야 할 단계였지만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 그래서 주사 치료를 비롯한 비수술적 치료로 통증을 완화시켰지만 관절염이 계속 진행되면서 더 이상 비수술적 치료를 해도 차도가 없어 인공관절 수술을 다시 권했다. 환자는 여전히 수술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부작용이 걱정돼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친한 친구가 인공관절 수술하고 부작용으로 고생했어요. 또 다른 친구는 기껏 수술했는데도 잘 걷지 못해요.”
주변에서 수술 부작용으로 고생한 사람들을 봤다면 당연히 걱정할 수밖에 없다. 필자 역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마찬가지로 부담이나 걱정이 있을 것 같다. 사람 마음은 다 똑같은 법이다. 부작용이 아예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경미한 부작용 하나 없이 100% 안전한 수술은 없으니 앞으로도 부작용을 걱정하는 환자들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부작용을 걱정해 꼭 수술이 필요한데 무조건 미루거나 거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인공관절 수술의 경우 수술 후 회복하는 동안 아프고 약간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인공관절이 잘 움직이도록 충분한 재활 운동도 해야 한다. 잠깐의 불편한 시간이 지나면 아프지 않고 당당하게 걸을 수 있는 마법 같은 시간이 선물처럼 찾아온다. 그만큼 인공관절 수술의 효과는 드라마틱하다. 수술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잃을 수 있는 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면 수술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코로나19 백신도 마찬가지다. 적극적으로 백신을 맞는 분들이 많지만 아직도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커서 백신 맞는 걸 무서워하거나 피하는 분들 또한 적지 않다. 최근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백신을 맞고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돌파감염 사례가 생기면서 백신을 불신해 맞지 않겠다는 분들도 있다.
필자도 언론 매체를 통해 백신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했다. 열이 많이 나고 2~3일 정도 통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고 한다. 드물지만 백신에 따라 혈전이나 심근염이 생길 위험도 있다. 병원 종사자는 우선 접종 대상자라 일찌감치 백신을 맞았다. 필자는 주사 맞은 부위에 약간의 통증만 있었을 뿐 별다른 증상 없이 수월하게 넘어간 편이었는데 몇몇 직원들은 고열과 통증으로 힘들어하기도 했다.
백신 부작용은 있다. 하지만 대부분 2~3일 정도면 자연스럽게 호전되고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면 부작용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신고된 부작용만 봐도 대부분 경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경미한 부작용이면 걱정도 안 한다. 백신 맞고 죽었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하느냐”며 여전히 부작용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는 분들이 있다.
이쯤 되면 백신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공포 수준이다. 물론 2~3일 아픈 정도의 부작용과 목숨을 잃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확률이 100만 명당 1명 수준으로 아주 낮다고 하더라도 그 1명이 나나 가족이 될까 두려울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해도 백신 접종으로 얻는 장점이 부작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지낸 지 벌써 1년 반이 훌쩍 넘었다. 백신을 맞지 않고도 예전의 평범했던 일상을 찾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코로나19 감염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백신뿐이다. 그래서 지인들이 부작용을 걱정하며 백신 맞기를 주저하면 백신을 맞는 게 낫다고 권하게 된다.
인공관절 수술은 부작용을 걱정해 수술하지 않아도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차원이 다르다. 우리 모두가 함께 겪는 문제이므로 확인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만 믿고 백신 접종을 피할 일만은 아니다. 언제쯤 마스크를 벗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올까. 빨리 그날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