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전 참여로 파운드리 시장에 격변이 일고 있으나 삼성전자(005930)는 1위 사업자인 TSMC를 쫓아가기에도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오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가 구축한 ‘규모의 경제’가 공고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M&A) 등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지만 총수의 장기 부재가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지난 15일 올해 2분기 매출이 132억 9,000만 달러(약 15조 1,600억 원), 영업이익은 52억 100만 달러(약 5조 9,3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8% 늘어났으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 반도체와 가전·모바일 등 모든 사업을 합쳐 12조 5,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며 이 가운데 반도체(DS) 부문에서 7조 원을 거뒀을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6조 원 가량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TSMC와 겨루는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이미지 센서 등을 생산하는 시스템 LSI까지 더해 ‘비(非)메모리’로 영역을 확장해도 영업이익이 1조 원 안팎에 그치는 것이다.
특히 2분기에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주요 사업장인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의 ‘전력’ 리스크가 해소되고 TSMC는 되레 심각한 가뭄으로 공장 가동이 어려웠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번 실적 격차는 뼈아프다. 앞선 1분기에도 TSMC는 매출 129억 달러(약 14조 5,000억 원)에 영업이익 53억 6,000만 달러(약 6조 원)를 기록했지만 삼성전자는 매출 19조 100억 원, 영업이익 3조 3,700억 원으로 영업이익에서 상당한 격차가 났다.
물론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삼성전자와 고객사 주문을 받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단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대대적인 비전을 밝혔음에도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에 실적을 의존하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반도체 업계는 TSMC가 10㎚ 이하 미세 공정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보이는 동시에 기존의 14·28인치 등 통상 레거시 공정에서도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2분기 세부 매출을 보면 7㎚의 매출이 전체의 31%, 5㎚가 18%를 차지하는 등 7㎚ 이하 미세 공정에서만 절반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미세 공정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후발 주자 삼성전자로서는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TSMC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TSMC는 이에 더해 일본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글로벌 영토를 무한 확장하고 있다. TSMC의 웨이저자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온라인으로 열린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일본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언급하며 “앞으로 고객 수요에 근거해 이를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삼성전자도 ‘회심의 비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현재 경기도 평택에 짓고 있는 세 번째 반도체 공장인 P3가 제 몫을 해주는 때가 오면 TSMC와도 제대로 된 체급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된다. P3에서는 극자외선(EUV) 공정을 활용한 10㎚ 초반급 D램과 시스템 반도체가 대량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미국 내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을 텍사스주 중부 윌리엄슨 카운티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총수 부재 리스크에 빠져 전략적 결단이 늦어지고 있다. 미국 시스템 반도체 공장 투자가 늦어진 것은 물론 2017년 미국 전장 기업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 3,760억 원)에 인수한 뒤 1조 원 이상의 대규모 M&A도 전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