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선곡 배틀은 대결 아닌 공존…취향에 맞는 음악 추천 길 넓혔죠"

■ 김홍범 KBS 라디오PD 인터뷰
인간의 감성에 AI 데이터 결합
음악 접하는 새로운 방법 개척
유튜브 등 활용, 실험 이어갈것

‘박원의 키스 더 라디오’에서 AI와 선곡배틀을 진행했던 김홍범 KBS PD. /사진 제공=KBS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큐레이션과 인간의 선곡 대결은 애초 ‘대결’이 아니라 AI와의 ‘상생?공존’ 콘셉트였어요. AI의 딥러닝 능력과 인간의 정서를 결합해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음악을 듣는 방법을 알려주게 돼서 재미있더군요.”


지난 2019년 KBS 2FM ‘박원의 키스 더 라디오’에서는 매일 인간과 AI가 특정 사연에 맞춰 선곡을 하는 이채로운 대결이 펼쳐졌다. 당시 프로그램을 맡았던 김홍범 PD는 1년 간 음악사이트의 AI와 ‘인간 vs. AI, 선곡 배틀’이라는 이름 아래 머리싸움을 벌였다. 지난달 제73회 이탈리아상(Prix Italia) ‘웹 팩추얼’ 부문에서 2등상 격인 특별언급(Special Mention)에 선정되며 국제적으로도 눈에 띄는 혁신 사례로 인정받은 바로 그 기획이다.


지금은 ‘강한나의 볼륨을 높여요’를 연출하는 김 PD는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내가 좋아하는 음악 뿐 아니라 한 단계 발전된 곡 추천이 가능했다”며 “(인간인) 제가 차별화할 수 있던 요인은 청취자의 사연에 바탕한 감성이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반면 연도?템포?장르 등 데이터에 기반해 선곡하는 AI는 김 PD가 깜빡 놓친 곡을 고르기도 했다.


처음엔 음악을 선곡하는 PD의 일과 알고리즘에 따라 추천곡을 제시하는 음악사이트의 일이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AI는 이용자 데이터를, 사람은 감성을 각각 기반으로 하는 만큼 더 다양한 음악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김 PD는 각각 6개월씩 네이버 바이브(VIBE)와 드림어스컴퍼니의 플로(FLO)와 대결을 벌였다.


당초에는 선곡 대결로만 포맷을 고정하려고 했지만 취향이 문제였다. 사연 보낸 이의 취향을 만족시키려면 데이터가 필요했지만, 개인정보 문제라는 한계 때문에 연령대와 성별, 최근 들은 음악 등 일부 데이터만 활용했다. 결국 포맷은 양쪽 선곡의 선호도 투표, 누가 선곡했는지 맞추기 등으로 변화했다.




결코 쉽지 않았던 이 대결은 이탈리아상(Prix Italia) 수상으로 나름의 보상을 받았다. 이탈리아상은 전 세계 방송 관계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유럽의 대표적 방송 관련 상으로, 한국 라디오 프로그램의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심사위원장은 ‘음악을 추천 받고 접하는 방법을 확장’시켰다는 점을 부각하며 인간과 AI가 어떻게 승자, 패자 구분 없이 협력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탁월한 혁신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 PD의 이러한 도전은 수십 년 째 이어지는 ‘라디오 위기론’과 무관하지 않다. 라디오 PD들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본능이 강하다는 그는 “황금시대에 비해 라디오의 위상이 많이 떨어진 만큼 최대한 많은 실험을 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유튜브에 방송을 적극 올리는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라이브하는 영상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끈다”며 “라디오 방송이면서도 멀티 플랫폼에 어울리는 콘텐츠가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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