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처럼 목제유물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일년 단위로 측정 가능한 유물의 역사

[문화재의 뒤안길]경주 마스터연대기 연구

경주 월성 해자 출토 호안목제구조물(사진 왼쪽)과 바코드와 같은 독특한 패턴을 가진 나이테./사진제공=문화재청

우리나라 각지의 유적 발굴조사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목제 유물이 출토되고 있다. 재료가 되는 나무는 시간이 흐를수록 곤충, 세균, 화학적 변화 등으로 분해되고 파괴돼 그 형태를 잃고 결국에는 없어진다. 그러나 다른 곳보다 지면이 낮아 항상 물이 고여 축축한 상태가 유지되는 저습지에서는 뻘층 또는 진흙층에 의해 밀폐된 환경이 형성되어 분해 활동을 제한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분해 속도는 더뎌지며, 나무의 주성분이 분해된 공간에 물이 채워져 묻혀진 당시의 모습에 가깝게 남아있게 된다.


나무는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와 같은 기후 조건에서는 봄에서 여름에 걸쳐 꾸준히 생장하다가 늦가을에서 겨울 사이 생장을 멈춘다. 이러한 생태적 특성으로 인해 나무를 구성하는 세포의 형태나 색깔이 다르게 나타난다. 바로 나이테이다.


나이테에 정확한 생육연도를 부여하는 학문을 연륜연대학(dendrochronology)이라 한다. 계절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는 1년에 하나의 나이테를 만들고, 나이테의 폭은 생육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수목생리학적 특성 때문에 나이테를 이용한 연대 분석이 가능하다.


매년 나무의 나이테 성장량은 기후 및 주위 환경 등 다양한 인자로 인해 매년 다른 생장량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이런 성장 경향이 수십~수백 년 이어지면 시대 별로 독특한 생장 패턴을 드러낸다. 동일한 종류의 나무가 동일한 환경 조건에서 자라면 유사한 나이테의 변동 패턴을 갖게 되는데, 이는 마치 우리 일상 속에서 널리 쓰이는 바코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정확한 연도가 부여된 장기간의 연대기(마스터연대기)가 있으면, 유적 발굴조사 과정에서 출토된 미지의 목제 유물 연대기를 비교함으로써 연대 분석을 측정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해당 유적이 조성될 당시 사용된 나무의 연대를 통해 1년 단위의 조성 시기를 파악할 수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주월성 유적을 비롯한 신라문화권 유적에서 출토된 목제 유물의 연륜연대학적 연구를 통해 경주 지역 신라시대 마스터연대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132년 간의 경주 지역 신라시대 마스터연대기를 작성했다. 보다 심화된 연구를 통해 신라시대 경주 지역의 고기후 복원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남태광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고환경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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