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일찍 찾아와 냉방 수요가 급증하자 예비 전력이 예년보다 일찌감치 안정권을 벗어나고 있다. 열돔 현상으로 이번 주 불볕더위가 예상되는 만큼 지난 2013년 이후 8년 만에 전력 수급 비상 단계가 발령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 공급 예비력은 12~16일에 8.8~10GW 수준으로 10GW 밑으로 떨어졌다. 예비력은 전력 공급량에서 전력 수요를 제외한 것으로 10GW를 넘어야 안정적 수준으로 본다. 지난주 예비력을 수요로 나눠 표시한 예비율은 10.1~11.8%를 기록했다. 예비율이 10%는 넘어야 각종 돌발 상황에 안정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셈이다.
전력 공급 예비력은 13일 올여름 들어 가장 낮은 8.8GW(예비율 10.1%)를 기록했다. 지난해 여름 예비력은 8월 25일이 돼서야 10GW 아래로 떨어졌는데 올해는 한 달 이상 앞당겨졌다. 이른 무더위에 냉방 기기 가동이 늘고 코로나19 침체에서 공장 가동률이 회복해 산업용 전력 수요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더욱 강한 폭염과 열대야를 동반한 열돔 현상이 예고된 점이다. 기상청은 오는 20일부터 뜨거운 공기를 품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만나 지표면 열이 방출되지 못해 기온이 오르는 열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후 111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 닥친 2018년 여름의 무더위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전력 사용량도 급증할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도 7월 넷째 주에 올여름 예비력이 가장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이 기간 예비력이 4.0GW(상한)에서 7.9GW(기준 전망) 사이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비율로는 4.2~8.8% 수준이다. 정부가 내놓은 상한 전망에 따라 최대 전력 수요가 93.2GW까지 치솟으면 예비력이 4.0GW로 2013년 이후 8년 만에 전력 수급 비상 단계가 발령된다. 전력 수급 비상 단계는 예비력을 기준으로 5.5GW 미만이면 1단계인 준비, 이후로는 1GW씩 떨어질 때마다 2단계 관심(4.5GW 미만), 3단계 주의(3.5GW 미만), 4단계 경계(2.5GW 미만), 5단계 심각(1.5GW 미만)으로 강화된다.
정부가 1단계를 발령해도 각 가정과 사무실, 산업체는 냉방 기기 가동을 자제하는 비상 대책을 시행하게 된다. 4단계 경계까지 상향되면 에어컨·선풍기 등 냉방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가전제품 전원을 꺼야 한다. 1~2단계 발령까지는 예측이 가능하지만 이상고온이나 발전소 고장 등 돌발 변수가 생기면 비상 단계 수준이 갑자기 높아질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8.8GW 규모의 추가 예비 자원을 확보하는 한편 주요 기업에 전력 사용이 최대일 경우 수요를 조절하거나 자체 발전 시설을 활용하는 수요반응(DR) 제도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는 등 수요 관리를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