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가치사슬과 이노비즈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공급자와 이를 활용해서 가치를 얻으려는 소비자는 상생하며 살아간다. 항상 물자 부족에 시달려온 인류는 기계·전기·전자 기술로 세 차례 산업혁명을 일으켜 빈곤 탈출에 성공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량생산 체계는 대량 소비로 우리 생활을 풍요롭게 했지만, 오늘날 수많은 환경 문제를 야기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은 전 세계인에게 환경 문제로 인한 지구촌의 위기를 현실로 확인시켜줬다. 덕분에 모든 글로벌 기업과 투자 기관은 앞다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ESG는 처음에는 깨어 있는 선한 소비자로부터 작게 시작됐지만 이제는 기업의 생존 조건이 됐다. 문제는 변덕스러운 소비자 가치를 어떻게 끝없이 산출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해답은 소비자 가치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가치 사슬(Value Chain)이 돼 소비자에 동조하는 길뿐이다. 소비자를 포함한 모든 비즈니스 관계자가 블록체인처럼 양방향 소통 상태로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수요자와 공급자의 경계가 옅어지고 수단과 목적이 융합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미국에서 시작된 플랫폼 비즈니스와 더불어 최근 새롭게 부상하는 ESG 경영 시스템이 넓은 의미에서 디지털 가치 사슬 시스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모두가 소비자 관점에서 필요한 가치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가졌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불특정 다수의 일반적인 상거래로 보이지만 머잖아 수요와 공급의 동조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자의 수요를 즉시 파악하고 생산에 반영할 수 있는 생산 시스템 구축으로 가능해진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으로 설계, 연구개발(R&D), 제조, 유통·물류 등 생산에 참여하는 기업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소비자와의 접점을 가지게 되면 공간을 초월한 새로운 형태의 가치 사슬 클러스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대한민국은 과거의 훌륭한 산업 정책 덕분에 제조 강국이 됐다. 다만 산업 정책이 공급자 관점에 특화됐다는 특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가치를 끝없이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가치 사슬 시스템이 함께해야 지속 성장할 수 있다.


우리 이노비즈 회원사들 역시 대부분 정부 정책을 자양분 삼아 성장한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에 특화된 기업이다. 그러기에 기업 진화의 발전 에너지인 소비자 가치를 직접 접하기 힘든 구조에 놓여 있다. 필자는 협회장으로 취임한 후 디지털 가치 사슬 클러스터 구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각 분야에서 이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 이노비즈 기업이 고객 가치를 중심으로 상호 연결돼 스스로 진화하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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