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과 '베를린' 제작진이 모여 다시 한 번 해외 올 로케이션으로 생생함을 전한다. 1991년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촉즉발의 생존 스토리를 그린 ‘모가디슈’는 절체절명의 긴장감은 물론 타지에서 남북 분단의 아픔까지 느끼는 시선을 더해 감동까지 자아낸다. 코로나19 시국에 지친 이들에게 잠시나마 해방감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모가디슈' 언론 시사회 및 온라인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류승완 감독과 배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 김재화, 박경혜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다. UN 가입을 위해 대한민국과 북한이 각자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외교 총력전을 펼치던 시기, 소말리아의 한 표를 받기 위해 모가디슈로 향한 대한민국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은 내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북한 대사관의 일행들이 도움을 요청해 오며 이야기가 흘러간다.

작품은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100%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됐다. 작품의 소재가 실화 기반이기 때문에 류 감독과 제작진은 자료 조사에 공을 들이고 자문을 받는 등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배우들은 모로코에서 생활하며 현장감을 익혔다. 김윤석은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그곳에서 촬영을 한 건지 살았던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마치 내가 그곳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을 정도로 생생했다"며 "외국 배우들의 군중신에서 저렇게 실감 나게 나올 줄 몰랐다. 끝까지 몰입감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봤다"고 소감을 전했다.

류 감독은 "처음 이 기획을 제안 받았을 때 '그 시대로 돌아가서 당시의 사실감을 재현하는 것과 내전 상황에 고립되어 있는 굉장히 특수한 상황일 텐데 그 공포와 절박함을 얼마나 긴장감 있게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해 중점을 뒀다"며 "이렇게 큰 배경의 영화를 찍다 보면 배경을 찍다가 인물들을 놓칠 때가 있는데 '이 인물들의 마음이 어떻게 느껴지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고 연출 주안점을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먼 과거가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그 사실을 재현하는 것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며 "4개월 동안 밖에 나가 촬영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게 안전하게 끝내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화려한 캐스팅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한민국 대사관 한신성 대사 역의 김윤석과 안기부 출신의 정보 요원 강대진 참사관 조인성을 필두로 북한의 림용수 대사 역의 허준호, 태준기 참사관 역의 구교환, 한싱성 대사 부인 김명희 역의 김소진, 서기관 공수철 역의 정만식, 사무원 조수진 역의 김재화, 막내 사무원 박지은 역의 박경혜 등이 작품을 이끈다.

김윤석은 "시나리오를 받고 굉장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이 글이 어떻게 형상화될지 알기 때문에 무모하다고 여겼다"면서도 "류 감독님이 어떻게 살림을 꾸려나갈지 궁금했다. 그것이 실현된다면 이 이야기는 내가 꼭 빠져서는 안 되는 이야기고 배역이라고 생각했다"고 작품성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반면 조인성은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주로 혼자 이끌어나가는 작품들을 해왔는데 감독님과 선배 배우들이 함께 한다고 하길래 역할이 작더라도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적이었다"고 밝혔다. 허준호는 "나는 대본을 안 주고 류 감독의 설명을 들었다. 두리뭉실한 이야기가 아니라 믿음이 가는 이야기였다"며 "류 감독의 눈빛이 믿음직스러워서 시작하게 됐다"고 류 감독에 대한 신뢰감을 내비쳤다.

배우들의 호흡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극 중 가장 적대감을 보이는 조인성과 구교환의 호흡은 단연 눈에 띈다. 액션 연기도 펼친 조인성은 "서로의 호흡을 맞춰가면서 끊기도 하고 붙들어오기도 하고 재밌었다. 몸끼리 부딪히는 건 아픈 와중에도 이 정도면 호흡이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만족해 했다. 구교환은 "순두부 터치를 자랑하셔서 소품 같은 것도 안전하고 선배님의 킥도 안전했다"고 재치 있게 말하며 "춤추듯이 액션신이 진행됐다. 재밌는 춤을 추는 기분이었다"고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외국 배우들과의 호흡도 색다른 재미다. 김윤석은 "영화에 많이 나오는 군중들이나 캐릭터가 있는 배우들은 모으기도 힘들었다. 유럽, 아프리카 각지에 있는 배우들이 오디션을 신청해서 모았다고 하더라"며 "프로덕션 진행 상황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 배우들이 굉장히 순수하고 열심히 했다"며 특별한 촬영으로 꼽았다.

대규모의 인원들이 격렬한 카체이싱을 하는 장면은 가장 스릴 넘치는 장면이다. 조인성은 "외부신 촬영을 할 때는 사고가 나지 않으면서 생동감 있어야 해서 신경 쓰였고 내부신은 좁은 공간 안에서 생동감 있게 표현해야 해서 힘들었다.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해서 끝나고 나면 목이 아플 정도였다"며 "옆에 태워서 운전하는 신이었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전체 배우가 다치지 않나. 안전과 촬영 사이에서 카오스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위험하고 절박해 보이는 장면을 만들 때 첫 번째 원칙은 안전이다. 안전한 환경 안에서 어떻게 하면 절박한 모습을 포착할 수 있을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집중했다"며 "몇 날며칠을 두고 얘기해도 모자랄 정도로 열심히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규모 탈출 장면이 시각적으로 강렬해서 큰 도전이라고 생각이 들 수 있는데 도착하는 첫날부터 도전이었다. 가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모든 것들이 힘들었다"면서도 "하지만 힘들면서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모가디슈'는 내전 상황에 고립된 이들이 생존을 위해 헤쳐나가는 스토리가 긴장감과 스릴을 유발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한국인들만 느낄 수 있는 남북 관계의 아픔, 그리고 인간적 교감으로 인한 감동이 몰려온다. 배우들 역시 영화를 보고 먹먹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허준호는 "개인적으로 3~4번째 영화를 봤는데, 짧지 않은 배우 생활 중에 왜 이렇게 울었는지 싶을 정도로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구교환은 "앞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그리운 영화'라고 한 적이 있는데 지금 그 마음이 계속 들고 있다. 다시 보고 싶다"며 여운을 남겼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극장 개봉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류 감독은 "배우들과 함께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영화를 보면서 더 절실하게 느꼈다. 오랫동안 공들이며 극장에서 여러분들이 체험할 만한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으니 극장에서 관람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석은 "여름 시즌에 가장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기 부끄럽지 않은 영화이고,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좋은 영화를 봤다고 느끼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특히 류 감독과 배우들은 아이맥스와 4DX, 돌비 애트모스 버전 등으로 다양하게 관람할 것을 제안했다. 조인성은 "극장에서 봐야 할 만한 영화여서 이 상황 속에서도 개봉을 결정했다. 스크린을 통해 보고 듣는 쾌감이 있을 텐데, 쾌감을 충족시켜줄 만한 영화"라고 추천했다.

한편 리얼리티 넘치는 해외 올로케이션과 배우들의 환상의 호흡으로 볼거리가 넘치는 '모가디슈'는 오는 28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