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더불어민주당 본경선이 5주 연기된 가운데 민주당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예비 경선의 경우 당내 1위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화살이 집중됐다면 지난 11일 컷오프 이후부터 이 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사이의 ‘李-李갈등’이 심해지는 추세다. 이 전 대표 측이 지지율 반등에 성공해 2강구도가 형성되면서 양측 캠프와 지지층의 경쟁이 본격화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 측은 상승세를 타고 이번 기회에 1위 잡기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공세를 자제해오던 이 지사 측 역시 더 이상 좌시하지만은 않겠다는 방침이다.
양측의 공방전이 가열되면서 당내 마타도어가 두 유력 후보의 대표 공약마저 가려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네이버 검색량 분석 서비스인 ‘네이버 트렌드’에 의하면 이 지사가 기본소득 공약의 세부 내용을 발표한 지난 22일 ‘기본소득’ 검색량은 62인 반면 ‘형수 욕설’ 검색량은 100으로 집계됐다. 네이버 트렌드는 분석 기간 중 가장 검색량이 많은 날을 100으로 잡고 상대적인 검색량을 보여준다. 이 지사의 대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공약을 발표한 날에도 네거티브 소재인 이 지사의 ‘형수 욕설’이 더 많은 관심을 받은 셈이다. 이는 이 지사가 지난 2012년 셋째 형과 가족 문제로 다투던 중 셋째 형수에게 퍼부은 욕설 녹취본이 최근 갑자기 온라인상에 다시 활발하게 공유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지사 측은 특정 후보 지지자가 악의적으로 해당 파일을 유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의 공약도 상호 비방전에 가려지긴 마찬가지였다. 이 지사 측에서 지난 21일 이 전 대표가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찬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관련 검색어는 지난 6일 발표한 이 전 대표의 대표공약 ‘토지공개념 3법’을 훌쩍 뛰어넘었다. 탄핵 논란 검색량은 지난 22일 100으로 토지공개념 3법(검색량8)의 12.5배에 달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반응을 확인해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됐다. 썸트렌드로 컷오프 이후 두 후보의 SNS상 언급을 분석한 결과 두 후보의 긍·부정어와 연관어 중 네거티브와 관련된 단어가 다수 확인됐다. 한편 ‘기본소득’이나 ‘토지 공개념 3법’과 같이 두 후보의 정책과 연결되는 키워드는 찾아보기 어려워 네티즌들의 관심은 네거티브 공방전에 쏠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썸트렌드는 SNS상의 언급을 빅데이터화한 후 키워드의 감정과 연관성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다.
이 지사의 경우 긍·부정어 분석에서 ‘욕설’, ‘욕’, ‘음주운전’, ‘날치기’ 같은 단어가 눈에 띈다. 각각 2만 3,497건, 1만 711건 언급된 ‘욕설’, ‘욕’의 경우 ‘형수 욕설’ 논란이 다시 관심을 받으면서 자주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1만 4,514건을 기록한 ‘음주운전’의 경우 지난 2004년 이 지사가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은 사실이 알려진 것과 관련돼 있다. 부정어 ‘날치기’(1만 4,405건)의 경우 지난 15일 이 지사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 “날치기를 해서라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회자된 결과다.
연관어 분석에서는 ‘게이트(8만 1,729건)’, ‘댓글(6만 1,701건)’, ‘SNS(4만 4,280건)’, ‘여론(3만 2,235건)’과 같은 키워드가 상위권에 올랐다. 이들 단어는 이 전 대표측에서 제기한 ‘SNS 비방’ 논란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 측은 경기도 산하 교통연수원 직원 진 모씨가 SNS 단체 채팅방을 개설해 이 전 대표를 비방하는 게시물을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의 조직적 선거 개입이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지난 1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도 직접 산하기관이 아니라 선거법 위반은 아니지만 내부 지침에 어긋나 해당 직원을 즉시 직위해제 했다”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 전 대표의 긍·부정어 분석에서 ‘불법선거운동(4,745건)’과 ‘허위사실(6,433건)’의 경우 이 전 대표측이 이 지사의 ‘SNS 비방’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8,799건 언급된 ‘찬양하다’의 경우 이 전 대표가 기자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찬양했다는 논란과 연관된 키워드다. 관련 의혹에 대해 이 전 대표 캠프 배재정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 전 대표가 기자 시절 민정당 권익현 사무총장 발언을 따옴표로 인용해 기사로 쓴 것을 왜곡한 허위 날조”라고 해명했다.
긍·부정어 분석의 ‘반대하다(1만 3,631건)’와 연관어의 ‘노무현(3만 2,930건)’, ‘탄핵(3만 2,134건)’ 등은 최근 불거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관련 논란과 연관된 것이다. 해당 논란은 지난 21일 이 지사 캠프 측 김영진 상황실장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처음 “이 전 대표는 지난 2002년 노 전 대통령의 대변인이었는데, 나중에 탄핵 과정에는 참여했다. 당시 탄핵 표결에서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며 시작됐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09년 노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찬성 진영에서 활동했다는 지적이다. 이 전 대표가 문재인 정부 최장수 총리임을 부각하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적통’임을 강조해 왔기에 해당 논란은 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논란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당시 탄핵에 반대했다”는 공식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당내 두 유력 후보의 진흙탕 싸움에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탄핵문제까지 거론되면서 ‘회복될 수 없는 분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는 23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후보간 네거티브로 국민들의 염려가 크다”며 “우리는 원팀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이 민주당 후보가 되면 나머지 5명 후보와 지지자들이 나의 본선 당선을 위해 도와줄 동지라는 생각을 염두에 둘 때 금도가 지켜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병원 최고위원 역시 “경선 과열을 바라보는 국민과 당원 동지들의 걱정이 크다”며 “과거와 네거티브에 얽매인 경쟁을 자제 해달라”고 부탁했다.
민주당 선관위는 후보간 신사협정 체결까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 선관위원장 지난 21일 중앙당 선관위 회의를 열고 “후보들 사이의 경쟁이 과열돼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선관위 주관으로 선의의 경쟁 서약식이라도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당 대표도 보내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와 캠프 분들이 치열하게 선의의 경쟁을 하시되 민주당 답게 깔끔하고 훌륭하게 경선을 치루자는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