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덥고 습한 날이 계속되면서 에디터도 여름휴가 생각이 간절하네요. 그런데, 모두가 즐겁고 설레야 할 여름 휴가철이 우리 댕댕이와 냥이들에겐 시련의 계절이라고 해요.
동물자유연대의 유기동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유기동물 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때는 7~8월이라고 하네요. 무려 11만 6,401마리(전체 21.4%)가 휴가철에 주인에게 버려진다고 해요.
동물들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던 에디터는 유기동물 보호시설에 다녀왔어요.
얼굴부터 발끝까지 더운 땀이 흘러내리던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지하 1층. 댕냥이의 캐리커처가 더위를 식혀주네요. 센터는 유기동물의 치료 입양, 교육까지 전담하는 동물보호 전문시설이에요.
마침 봉사자들이 유기동물의 산책과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답니다. 자원봉사를 나온 대학생 정해령씨 옆에는 도담이(닥스훈트 믹스, 1살)가 호기심 가득한 까만 눈망울로 이곳저곳 분주하게 돌아다녔어요. 도담이와 해령씨는 산책하는 동안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훈련 중이었어요. 도담이는 처음 본 에디터의 허벅지에 하이파이브를 하고 손도 핥아줬어요. 댕댕이의 핥기는 애정표현이라고 하니 기분 좋네요.
또 다른 곳에서는 모리(닥스훈트, 4살)도 산책 훈련에 매진 중이었어요. 기품 있는 검은색 털에 반짝이는 눈을 가진 모리는 “앉아” “기다려” “손” 등 자원봉사자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는 무척 스마트한 친구였는데요. “모리, 손!”이라고 했을 때 내민 손이 얼마나 앙증맞은지 안 본 사람은 모른답니다.
에디터도 밥값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자원봉사에 나섰는데요. 오늘 저와 함께 산책 데이트를 할 친구는 무무(푸들, 6살)예요. 보슬보슬한 갈색털에 처진 눈이라 천상 순둥이! 센터분들 말씀으론, 무무가 사람에게 푹 빠져있는 푸들이라서 교감의 일인자래요. 에디터는 기억이 흐릿한 유치원 시절 댕댕이 ‘둘리’를 키워본 후 거의 20여년 넘게 반려동물 없이 살았는데요. 정말 오랜만에 댕댕이와 산책이라 긴장됐어요.
무무도 긴장한 건지 좋은 건지 ‘히융~히융’이라는 특이한 소리를 내는군요.
체중이 90kg이 넘는 에디터도 힘하면 어디서 안 지는데요. 무무의 산책 욕구는 이 힘을 이길 정도로 강했어요. 예전에 반려동물 취재를 하며 댕댕이들에게 산책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로만 들었는데 직접 체험하니 그 말이 와닿네요.
자원봉사자들에겐 주머니가 많은 파란색 조끼와 목줄, 그리고 배변봉투가 지급돼요. 설마 그 짧은 시간에 댕댕이가 큰일을? 싶었는데 산책을 나가자마자 5분 만에...(이하 생략)
무무의 목에 ‘딸깍’하고 목줄이 채워지면서 짧지만 여운은 길었던 동행이 시작됐는데요. 계단을 오를 때 무무를 번쩍 들어올렸더니 살짝 떨길래 걱정했지만, 다행히 땅에 내려놓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현란한 드리블로 저를 끌고 다녔어요. 산책 초보인 에디터와 달리 무무는 베테랑이니까요.
마구 끌려다니다 보니 목줄이 무무의 발 사이로 감겨들어갔는데요. 그렇게 되면 댕댕이가 목줄에 걸려서 불편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대요. 댕댕이가 사람의 오른쪽에서 걷도록(사람과 약 1m 거리)하는 게 가장 좋다네요. 봉사자들이 간식을 주며 아이들과 훈련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짧은 시간이지만 댕댕이들과 함께 하면서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답니다. 유기동물은 상처가 많아 사람을 두려워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에디터가 무무, 도담이 그리고 모리에게 힐링받은 기분이었어요. 센터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을 수시로 모집하고 있으니 용사님들도 꼭 다녀오시길 강추드려요!
근데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입양을 못가 자연사하거나 안락사되고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구조된 유실·유기동물 45.9%(자연사 25.1%+안락사 20.8%)가 폐사처리 된대요. 입양은 29.6%, 소유주 인도는 11.4%에 불과해요. 그나마 다행인 건 2019년 대비 입양은 3.2%포인트 증가.
입양이 되지 못한 동물들을 안락사 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운영비용 급증인데요. 2020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동물보호센터는 280개소로 추정. 해마다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유기동물을 전부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실제 유실?유기 동물 구조?보호 비용을 포함한 운영비용은 지난해 2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1% 증가했는데요. 2018년 약 200억원이었던 동물보호센터 운영비용은 2019년 232억원, 2020년 267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어요. 이에 농식품부는 동물보호·복지 전문기관 구축 등 성숙한 동물보호·복지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해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통해 반려동물 보호세 도입을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요. 보유세가 도입되면 참혹한 운명을 맞을 반려동물들이 새 삶을 찾을 환경이 더 좋아지겠지만 아무래도 세금이다 보니 반려동물에 대한 적대적 이미지가 더 커질 우려도 커요.
보유세는 실제 도입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결국 죽음에서 유기 동물을 구해줄 유일한 해결책은 입양인데요. 전문가들은 입양률이 생각보다 저조한 이유로 유기 동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꼽았어요.
유기 동물은 병들고 상처가 있을 수 있지만 다수는 보호센터에서 체계적인 돌봄을 받으면 누구보다 사람과 잘 교감하는 훌륭한 반려동물로 거듭나요. 강경숙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팀장은 “아무래도 유기동물이 작고 귀엽고 어린 개체들이 아니고 나이가 들고 병들었다는 편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처음에 유기동물이 센터에 오면 사회성과 친화성이 다소 떨어지는데 사회화 훈련을 꾸준히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어요.
귀여운 댕댕이 댕냥이 모습을 보니 입양에 관심이 생긴 지구용사들도 계실 텐데요. 제가 유기 동물 입양하는 법을 간단하게 알려줄게요. 유기동물 입양은 지자체나 민간단체에서 하고 있는데 각 단체마다 약간은 다를 수 있지만 입양절차의 큰 틀은 비슷하다고 해요. 에디터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를 기준으로 설명해 드릴게요.
우선 인터넷에서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검색해서 입양을 기다리는 동물들을 살펴봅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접속해 유실유기 동물 텝에서 동물보호센터를 검색하시면 돼요.
입양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말 소중하게 동물들을 키워줄 수 있는지’에 대한 진정성이겠죠. 코로나 19 상황인 만큼 가장 첫 번째로 전화상담을 통해 센터는 입양 가능 여부를 1차적으로 판단해요.
입양상담을 전담하고 있는 박선유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실무관은 “무엇보다 동물들을 책임감 있게 키울 수 있는 경제력을 보고 장기부재 시 대신 관리해줄 사람이 있는지 유무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했어요. 아쉽지만 경제력이 없는 대학생은 입양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해요. 다만 부모님과 동행시 입양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하니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입양상담을 통해 조건이 부합한다고 판단되면 ‘입양 전 교육’을 서울반려동물시민학교에서 이수받아야 해요.
입양은 1~2회 ‘입양상담 및 개체 만남’을 통해 진행되는데요. 입양하러 오는 분과 동물 간의 인연이 있다고 해요. 처음 사진과 간단한 설명을 듣고 센터를 찾았는데 상담을 진행하며 다른 동물과 연을 맺는 케이스가 많다고 해요.
입양 후에는 입양 시 자동으로 등록되는 ‘입양 후 교육’을 통해 1:1상담을 진행하고요 마지막으로 입양된 동물을 카페에 공유해 주면 돼요. 카페에 올라 온 입양 후기를 보니 새 주인을 찾은 동물들의 얼굴이 한층 밝아진 거 같아 저도 마음이 놓이네요.
끝으로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그분들의 선한 영향력이 유기동물이 새 주인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더라구요. 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위한 논문에 따르면 유기동물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지상파 방송, SNS 노출되고 난 후 유기동물에 대한 입양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고 해요. 지구용사님들, 유기 동물 입양률 높이기 위해 SNS에서 아이들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