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는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빨간 총을 들고 2020 도쿄올림픽에서 '새 역사'를 쓰기 위해 도전한다. 진종오가 사용하는 10m 공기권총은 오스트리아 총기회사 스테이어가 만든 'EVO 10E'라는 모델의 총이다.
스테이어는 2016년 출시된 이 모델을 바탕으로 진종오를 위한 'EVO1'이라는 총번의 특별한 총을 만들었다. 이 총의 특별함은 총번으로 알 수 있다. 보통 총의 고유번호는 여러 자리 숫자로 구성되는데, 진종오의 총 EVO1은 고유번호가 '1'번이다. 진종오를 위한 총이기 때문에 가능한 번호다.
진종오만을 위한 총은 이전에도 있었다. 스테이어의 'JIN1'과 스위스 모리니의 NO1' 등이다. 진종오는 EVO1에 강렬한 빨간색을 입혔다. 특별한 총을 만들고 싶어서 총열과 손잡이 부분을 빨간색으로, 다른 부분은 검은색으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가끔 진종오는 검은 총을 들고 훈련하기도 한다. 이는 사실 같은 총이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총의 실린더는 분리형인데, '레드' 대신 '블랙'을 끼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잡이는 진종오의 손에 딱 맞는다. 스테이어가 맞춤 제작을 했기 때문이다. 방아쇠에 손만 얹어놔도 격발이 이뤄질 정도로 세밀하게 제작됐다. 진종오는 이 총을 마음에 쏙 들어 한다. 진종오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총사령관'에서 '세계에서 오직 하나뿐인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라며 이 빨간 총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진종오는 지난달 진천선수촌 미디어데이 행사 인터뷰에서 "오스트리아 총과 스위스 총 사용했었는데, 저한테는 아무래도 오스트리아 총이 궁합이 맞는 거 같다"고 말했다. 진종오가 이 총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세계의 사격 선수들은 같은 모델인 '진종오 총'을 따라 쓰는 경우도 많다.
진종오는 24일 10m 공기권총과 27일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에 출전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 등 6개의 메달을 보유하고 있는 진종오가 도쿄에서 메달을 추가하면 양궁 김수녕을 넘어 한국 선수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 신기록을 세운다. 또 중국의 왕이푸(금2·은1·동3)를 따돌리고 세계 사격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신기록도 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