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용]비건=아웃사이더? 앞으론 아닐 걸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1973년 출간된 철학자 피터 싱어의 책 ‘동물해방’에서 씨앗 뿌려진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데요.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동물권을 주장하는 이들은 동물이 인간처럼 행복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지각·감각을 갖추고 있는 존재인 만큼 식품, 패션, 화장품 등 모든 형태의 동물 착취를 반대하는 ‘비건(Vegan)’을 지향해요.



하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동물 학대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비건 등 동물권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아요. ‘체밍아웃(채식+커밍아웃)’이라는 신조어는 비건이 사회의 주류가 아니라는 현실을 반영하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건에 대한 개념과 함께 비건 활동을 함께할 커뮤니티도 정말 부족한데요. 에디터도 비건 활동을 하고 싶지만 막막한 게 사실이에요.



눈칫밥 먹으며 힘겹게 비건 생활을 이어가는 아싸(아웃사이더)들과 유대관계를 강화해 비건을 세상의 중심에 당당히 세우겠다는 동물권 어벤저스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들의 꿈이 실현될 공간인 ‘비건 클럽’을 기획한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와 김민지, 김준범 활동가를 만나 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비건클럽을 만든 동물해방물결 운영진. 왼쪽부터 김민지 활동가, 이지연 대표, 김준범 활동가.


비건클럽, 소개 부탁드려요


이지연=비건들이 연결되는 커뮤니티가 없어요. 그 상황에서 비건을 지속하기에는 아직 우리 나라 사회에서 쉽지 않아요. 비건들이 연결될 소통공간이 없어 그 역할 하려고 해요.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분들에게 개인적 실천 뿐 아니라 비건 세상을 만들려는 운동에 참여하려는 동지들을 늘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김준범=비건 클럽은 비건들이 모여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이에요. 단순히 비건들이 모여서 얘기하고 사회적 운동에 참여한다든가 서로 만나서 동물권 관련 활동에 나설 예정이에요.



김민지=특히 지역별 비건들이 있는데 서울에 집중된 면이 많아요. 지역에도 비건이 있음을 알려주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기대해요. 비건클럽 하루 만에 200분이 지원해주셨고 그중에 50명을 선발했어요. 특히 지역별 안배에 초점을 맞춰 각 도에 전남·경북·해외에 계신 분들도 한분씩 같이 했어요.


비건클럽에 가입하면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요?



이지연= 비건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만큼 처음에는 대화와 소통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에요. 이미 지역 내에서 유대 움직임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베타버전을 운용하면서 저희가 발견하지 못한 문제점이 있을지 몰라서 정식 버전은 한 달 또는 길면 두 달 정도에 열 예정이에요. 확장성보다는 비건클럽의 안정성과 정체성에 치중할 생각이에요.



민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건에 대한 ‘클린’한 정보를 얻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비건이라고 해도 달걀 먹는 사람도 비건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비건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거죠.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



비건클럽 가입 조건은요?


준범= 비건클럽에 가입하고 싶다면 스스로 제한을 안 뒀으면 좋겠어요. 비건클럽은 열린 방향을 지향하고 있거든요. 우리는 육식을 주 수익으로 하는 기업에서 파는 채식 제품도 먹으면 안 된다는 극단적인 비건은 아니에요. 강한 성향의 운동도 있지만 꼭 그렇게 해야만 운동이 효과적이고 비거니즘이 확산하는 건 아니잖아요.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많은 동물이 고통받지 않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죠.



이지연= 하지만 안주하는 사람은 원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생선까지 괜찮다는 페스코 단계, 이 정도만 해도 괜찮다기보다 지금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려고 하는 사람을 원해요.



김민지 활동가.

비건클럽의 최종 목표가 궁금해요


이지연= 폐쇄적인 운동보다 열린 운동을 지향해요. 시민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동물해방물결의 상근 활동가들끼리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입법적인 변화가 이뤄지는 것이고 대한민국에서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공고하게 연결될 수 있어요. 비건이 늘어나고 각자 변화를 위한 시도를 했을 때 비거니즘의 정치 세력화가 될 수 있다고 봐요.



민지= 비건클럽 내에서 정보를 교류하고 사람들이 많아지면 저희가 목소리를 내기도 수월하고 시스템과 법을 바꾸는 데도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좋아요. 소수의 비거니즘 문화가 어느 정도 세력화할 수 있길 바랍니다.



준범= 한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99명의 비건 지향을 하는 사람들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준범 활동가.

동물권이 중요한 이유, 더 알고 싶어요


지연= 동물들은 지각이 있고 고통을 느끼는 존재에요. 우리가 인간을 착취하거나 살상하지 않고 학대하지 않잖아요. 동물도 그렇게 하면 안 돼요. 기후위기의 주 원인은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인데요. 이런 문제가 최근 코로나처럼 동물과 사람이 함께 걸리는 인수감염병의 원인이 된다고 해요. 유엔 리포트에도 나오는데 인간의 늘어난 동물성 단백질 섭취와 축산업 확대는 동물과 자연을 훼손시키고 결국 신종 바이러스 문제를 유발해요.



민지=동물권을 존중하는 사회에서 인권이 존중되지 않기란 쉽지 않아요. 동물권을 존중하는 사람은 인간 내 소수자 권리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고요. 결국 동물권을 보장하게 되면 인간 사회도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 믿어요.



준범=우리나라는 몇 안 되는 개식용 국가예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데 개식용 문제가 발생할 정도로 육식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적어요. 특히 보통 사람들은 왜 고기를 먹는 게 문제가 되는지 생각해볼 이유도 없고 여유도 없어서 동물권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아직 우리 사회에 유효한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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