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전' 사진에 상대 선수 '조롱' 논란…박성제 MBC 사장, 대국민 사과

박성제 MBC 사장/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생중계에서 '부적절한 자막'을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MBC가 이번에는 남자 축구경기 중계 과정에서 상대팀을 조롱하는 듯한 자막을 내보내면서 또다시 물의를 빚은 가운데 박성제 MBC 사장이 직접 사과에 나선다.


MBC는 26일 "박성제 사장이 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 논란과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연다"며 "박성제 사장의 입장 발표 뒤 질의응답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후 3시 MBC 경영센터 2층 M라운지에서 진행된다.


앞서 MBC는 지난 23일 열린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생중계하며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때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 사고는 지난 1986년 4월26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접경 지역에 위치한 제4호기 원자로 폭발 사고로 수십만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원전 사고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MBC는 다른 국가 입장 때에도 부적절한 사진을 일부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엘살바도르 선수단 소개 과정에서는 비트코인 사진을, 아이티 선수단 소개에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과 함께 시위 사진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논란이 확산하자 MBC는 방송 말미에 "오늘 개회식 중계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아이티 등 국가 소개 시 부적절한 사진이 사용됐다'며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해당 국가와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MBC는 다음날에도 입장문을 내고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다"면서 "하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편 MBC는 전날 축구경기 중계 과정에서 상대팀을 조롱하는 듯한 자막을 내보내면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25일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전반 27분 상대팀 루마니아의 자책골과 후반 14분 터진 엄원상의 추가골, 후반 39분과 후반 45분에 잇따라 골망을 가른 이강인의 활약에 힘입어 4-0 대승을 거두고 B조 선두로 올라섰다.


MBC는 전반전이 끝난 뒤 후반 경기가 시작되기 전 중간 광고를 내보내면서 화면 오른쪽 상단에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문구를 자막으로 올렸다. MBC는 조금 뒤 해당 자막 대신 중계진 이름을 내보냈다.


전 경기에서 뉴질랜드에 무릎을 꿇은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고마운 골이었지만 국제대회에서 뼈아픈 자책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고맙다'라는 자막을 쓴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시청자들은 이같은 자막에 대해 "상대팀이라도 조롱하는 것은 올림픽정신에 어긋난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개회식에서 사고 친 사람이랑 똑같은 사람이 자막 올린 것 아니냐" 등의 지적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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