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97> ‘양보 않겠다’며 광범위한 핵심이익 제시…세계와 긴장상태 악화될 듯

■中이 내세운 ‘3 가지의 최저 한도선’은 무엇

중국 외교부가 밝힌 ‘3 가지의 최저 한도선’ 내용. /중국 외교부

중국은 지난 26일 톈진에서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미국이 절대 침해해서는 안되는 중국의 ‘핵심이익’이라는 것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튿날 이에 대한 전문을 ‘3 가지의 최저 한도선(三條底線)’이라는 이름으로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앞서도 중국은 자신들의 핵심이익이라는 것을 여러 차례 언급해 왔지만 이번에는 나름대로 정리해서 공개한 것이다. 문장은 길지 않지만 주제는 중국 문제의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다. 중국의 핵심이익 논란은 미국 등 서방의 기업 뿐만 아니라 한국의 기업인과 개인들도 중국 측과 교류하면서 반드시 부딪치는 내용이다. 어떤 국가가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은 이러저러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타국에 요구를 하는 것은 아주 독특한 현상이다.


즉 중국 내정에는 간섭하지 말라는 것인데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최근 우리나라 대선 개입 논란에 “외교관으로 할 말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과도 확실히 모순된다. 문장의 중국 측 표현에 나오는 ‘저선(底線)’을 일부에서는 ‘마지노선’ 등으로 번역하고 있으나 ‘최저 한도선’으로 보는 것이 맞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의 프랑스와 독일의 프랑스측 국경 요새에서 유래한 마지노선은 ‘난공불락의 방어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당시 마지노선은 며칠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독일군이 우회 통과돼 유명무실해졌다.)



지난 26일 중국 톈진에서 웬디 셔먼(왼쪽)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면담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아래는 27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전문이다.


“2021년 7월 26일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 톈진에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회견하고 중미 간 의견차이를 효과적으로 통제 관리하고 양국 관계가 제어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3가지 요구, 즉 3가지 최저 한도선을 명확히 했다.


첫째, 미국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노선과 제도에 도전하거나 비방, 전복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노선과 제도는 역사와 인민의 선택이며 14억 중국 인민의 장기적인 복지와 중화 민족의 미래 운명과 관계된 것으로 중국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핵심이익이다.


둘째, 미국은 중국의 발전 진행과정을 방해하거나 가로 막으려고 시도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중국 인민도 더 나은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고 중국도 현대화를 실현할 권리가 있다. 현대화는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며 이는 인류의 기본적인 양심과 국제 정의와 관련된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와 고율 관세, 확대 관할법(국내법에서 재판관할권을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으로 확대 적용하는 규정), 과학기술 봉쇄 조치를 조속히 취소해야 한다


셋째, 미국은 중국의 국가 주권을 침범해서는 안 되며 중국 영토 보전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 신장(신장위구르), 시짱(티베트), 홍콩 등과 관련한 문제는 원래 무슨 인권과 민주주의가 아니라 ‘신장 독립’ 반대, ‘시짱 독립’ 반대, ‘홍콩 독립’ 반대라는 근본적인 문제다. 어떤 국가도 국가 주권과 안보가 훼손당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대만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양안은 아직 통일되지 않았지만 대륙과 대만은 하나의 중국에 같이 속하고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는 이런 기본적 사실은 변하지 않고 변할 수도 없다. ‘대만 독립’으로 감히 도발할 경우 중국은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미국이 대만 문제에 있어 반드시 약속을 지키고 신중히 행동할 것을 충고한다.”



홍콩의 중국 해군기지에 공산당 선전 안내판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내용들에는 애매모호함과 상호모순이 적지 않게 있다. 우선 첫째 요구에 등장하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단어 조합 부터가 논란거리다. 문장 자체는 중국 체제에 간섭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다른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개념을 해석해 보자. 현재 중국에서 적용되는 사회주의도 정통 사회주의인지 애매모호한 데 여기에 ‘중국 특색’이라는 접두사까지 붙었다. ‘중국 특색’이 뭔지 중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이 어떻게 알겠나. 현지에서 만나는 중국 지식인들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현재 중국에서 진행되는 사안들이 모두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말로 통칭 된다. 일례로 토지 소유권은 국유이지만 사용권은 개인이 갖고 거래도 가능하다. 소유권도 없는 중국 베이징의 아파트(사용권) 값은 서울보다 더 비싸다. 논리적으로 국가가 토지 소유권을 행사하면 사용권은 사라지지만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노선과 제도에 도전하지 말라는 것은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시시비비를 따지지 말라는 듯이 된다. 반면 중국은 다른 나라 일에 이러쿵저러쿵 한다. 한국의 내정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시비가 대표적 사례다. 모순적 행동이다.


대략적으로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중국 공산당의 영도 체제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 체제를 마오쩌둥식 표현으로 ‘인민민주전정’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냥 ‘독재’라고 부르는 말이다. 이런 독재 체제에 대해 왈가왈부 하지 말라는 것이 ‘첫째’ 문장의 핵심인 듯 하다.


이런 중국 제도를 역사와 인민이 선택했다는 것도 논란거리다. 공산당의 집권이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공산당이 집권한 것은 기존 집권세력이었던 국민당과의 내전(국공내전)에서 군사적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도 나름대로 역사적 정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역사를 보면 명 왕조도 태조 주원장이 몽골과 싸움에서 승리해 나라를 세우고 인민을 지배했다. 이어 청 왕조를 세운 만주족도 한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중국을 통치했고 지배는 268년 동안이나 이어졌다.


공산당이 역사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이런 면에서 보면 틀린 말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인민의 선택’이라는 의미는 좀 다르다. 공산당이 어떤 식으로 인민의 선택을 받고 있는지 누구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에서처럼 몇 만명이 보여 박수를 친 것이 선택의 정당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과거 만주족도 중국 인민의 선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근대 사회 이후 인민의 집권자와 당에 대한 선택은 선거를 통해 이뤄진다. 선거에서 다수가 지지를 보낸 정당이 집권하는 것이 맞다. 중국에서 어떤 선거가 있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인민의 선택을 받는지 아무도 모른다. 중국에는 여론조사도 없다. 혹자는 현재 분위기로 선거가 진행되면 공산당이 확실히 집권할 것으로 보곤 한다.


그러면 선거를 해보면 될 것이다. 물론 민주 선거는 집회·결사와 표현의 자유가 당연히 동반돼야 한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공산당과 중국인민을 갈라치기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유발한 책임이 중국에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지난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 방송을 배경으로 한 베이징 시민이 기념 셀타를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두번째 핵심이익 주장이 이 말을 듣길 바라는 대상인 미국과 가장 충돌하는 지점이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방해하고 중단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미국의 모든 공세는 중국이 새로운 강대국이 되려는 것을 방해하려는 나쁜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줄곧 불공정한 제도와 관행을 기반으로 부정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산업보조금이라든지 지식재산권 침해, 기술도둑질, 외국기업에 대한 부당한 대우 등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쉬운 사례 중에 하나가 인터넷 사용이다. 미국에서는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나 위챗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구글이나 트위터·페이스북이 막혀 있다. 중국 국내 법이 이의 차단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이라고 해서 모두가 공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중국이 최근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돌파하는 등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것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HO)에 가입하고 ‘세계의 공장’으로서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를 허용했기 때문에 중국은 그 효과를 맘껏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WHO 가입시 약속했던 중국 시장 개방 약속을 아직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 인식이다. 20여년 만에 다시 불거진 미중 갈등이 해소되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이 일방적인 제재와 고율 관세, 확대 관할법, 과학기술 봉쇄를 단행하고 있다는 것이 중국측의 불만이다. 다만 이는 미국 법에 관련된 것으로 중국도 중국 법으로 외국을 규제하고 있느니 크게 화낼 일은 아닌 듯하다. 중국은 중국 법을 통해 한국에 사드 보복을 가하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은 중국 법으로 가혹한 격리와 방역 규정을 외국인에게 적용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 모습. 경제성장으로 적어도 대도시 주민들은 어느 선진국 못지 않은 삶을 누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세번째 문장은 상대적으로 장문인 데 결론은 신장위구르, 티베트, 홍콩에 더해 대만 문제에도 외국 사람들은 중국 하는 일에 왈가왈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등 서방의 민주주의·인권 침해 주장을 부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중국내 민주주의·인권 위기가 신장이나 티베트 만의 일은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신장 독립과 시짱 독립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점이다. 신장 독립은 아마 위구르족들 사이와 그에 동조한 해외인들 사이에서 진행됐던 무장조직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원래 신장위구르의 상당 부분은 명나라 때도 독립국이었지만 만주족의 청나라 때에서야 ‘중국’에 완전히 복속된다. 당시 위구르인들은 만주족 황제에게 복종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청나라가 망한 후 한족인 중화민국 정부의 지배하의 ‘신장성’ 바뀌었으나 중국내 혼란을 틈타 1933년 독립하고 이어 1949년까지 대체로 ‘동투르키스탄 공화국’을 유지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이를 다시 점령한다. 역사의 선택이라는 면에서 보면 신장 독립이라는 것도 완전히 허황된 악몽만은 아니다.


시짱 독립도 복잡하다. 최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시짱을 방문했는데 중국 당국도 올해를 ‘시짱 평화해방 70주년’이라고 부른다. 1951년 이전에는 따로였다는 의미다. 지금도 달라이라마가 인도에서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다. 그는 1959년 티베트를 탈출했다. 홍콩 이슈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은 1997년 홍콩 주권을 이양받으면서 50년 동안 고도의 자치를 약속했다. 이 약속은 현재 거의 깨졌다는 것이 중국 밖 세계 대부분의 해석이다. 특히 약속의 상대방인 영국은 분노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중국 관변학자들은 ‘약속’까지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홍콩 문제가 인권이나 민주주의 문제가 아니라 ‘독립 반대’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분리주의 억압을 위해서는 인권이나 민주주의는 일부 훼손될 수 있으며 미국 등 서방도 그러고 있지 않느냐는 반론 같기도 하다.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서 한 아이를 안은 남자가 중국 통치 선전 간판을 배경으로 서 있다. /AP연합뉴스

문장으로서 가장 긴 것은 대만 문제다. 중국 측은 미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예전에 한 약속을 지키라고 하고 있는데 역시 애매모호하다. 이 약속은 1950년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갈라섰다가 1972년 외교관계를 재개하며 미합중국과 중화인민공화국 간에 공동발표된 ‘상하이 코뮈니케’를 의미하는 듯하다. 당시 코뮈니케를 읽어보면 대만 관련 조항에는 다른 의견이 있는 것이 눈에 뛸 수 밖에 없다.


공동 코뮈니케의 중국측 주장은 “중화인민공화국은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이고 대만은 중국의 1개 성이다. 대만을 해방하는 것은 중국의 내정이고 다른 나라가 간섭할 권리는 없다”로 돼 있다. 반면 미국 측 항목에는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모든 중국인이 중국은 단 하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것을 미국은 인식한다. 대만 문제가 중국인들의 손에 의해 평화적으로 해결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미국은 재확인한다”고 서술돼 있다. 합의점을 찾다가 실패하고 양측의 주장 모두를 나열한 것이다. 미국은 표현을 ‘중국(china)’이라고 했을 뿐 ‘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하지 않았다.


이번 ‘최저 한도선’ 주장은 중국이 할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줄곧 같은 주장을 해왔다. 이번에 다른 강경한 발언과 섞으면서 보다 강한 이미지를 준 것이다. 다만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문제와 남중국해(중국명 남해) 문제는 이번 주장에서 제기되지 않은 것도 흥미롭다.


중국이 이런 주장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려 할 경우 미국 뿐만 아니라 그외 다른 나라와의 긴장상태 또는 충돌까지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중국이 북한을 ‘조선’, 한반도를 ‘조선반도’, 6·25를 ‘조선전쟁’으로 부르면서 한국에는 대만을 ‘중국대만’으로 부르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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