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지원금을 중심으로 한 제2차 추가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추경이 “국민들께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네 차례 추경에 이어 올해 두 차례 추경까지 함으로써 정부 역할을 높였다고도 했다.
추경 재원은 국민으로부터 걷는 세금이다. 문 대통령이나 추경을 의결한 국회의원이 봉급을 떼거나 여야 정당에서 당비를 걷어 마련한 것이 아니라 국민 세금을 갖고 국민에게 돈 푸는 일이 어떻게 힘을 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국가 채무는 300조 원 이상 늘어나 1,000조 원 가까이 된다. 이 나랏빚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며 특히 청년을 비롯한 미래 세대의 부담이다. 이번 추경 국민지원금으로 청년 1인당 25만 원씩 지급한다. 그 외에 4인 가족에게는 100만 원, 노인 부부에게는 50만 원 등 전체 11조 원의 국고가 소요된다. 취업·결혼·주택 등 산적한 문제를 이고 있는 이 나라 청년들에게 푼 돈을 쥐여주고 큰 빚을 떠안기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14조 원의 돈을 풀었다. 애초 정부는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만 줄 계획이었으나 정치권과의 협의 과정에서 모든 국민으로 확대됐다. 국회의원 총선 때문이다.
올해는 복병이 나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전 국민 지급에 끝내 반대해 대상이 하위 88%로 결정됐다. 법적으로도 세수 증가분을 전액 현금으로 나눠주기가 부담됐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4차 대유행으로 거리 두기가 강화돼 소비 진작을 목적으로 한 지원금을 살포하기 힘든 상황도 발생했다. 기획재정부가 방역 당국과 협의해 지급 시점을 결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원금을 추석 전에 준다고 못 박았다. 명분이나 효과에 개의치 않고 어떻게든 현금을 뿌리겠다는 신호다.
내년 3월인 대통령 선거가 불과 몇 달 남지 않아 선심성 재정 지출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꺼질 듯 꺼지지 않는 코로나19가 올해 추가 추경이나 내년 예산 팽창의 구실이 될까 우려된다.
국회는 이번 추경 심의 과정에서 소상공인 지원 자금을 대폭 확대했으며 향후 정부 방역 조치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필요한 조치지만 최대 3,150만 원이 되는 현금 지원액이 적절한지 등을 검토해야만 한다.
정부가 영업 제한과 해제를 결정하고 방역 조치에 대해 보상하는 시스템을 언제까지 계속할지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자영업자들의 진정한 바람은 피해 보상이 아니라 장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 등 방역 전문가도 코로나19를 완전히 종식한다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고 독감과 같이 토착화돼 매년 백신을 맞으며 함께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 7개월, 세계 각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백신 보급률이 높은 영국은 19일 영업 제한 조치를 해제했고 싱가포르도 중환자와 사망자 축소 중심으로 대책을 전환했다. 감염병 충격으로 늘어났던 재정을 정상화하는 노력도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현금 지원은 올해 3월 끝났고 독일·프랑스·캐나다도 재정 적자를 줄여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7일 세계경제 전망 수정을 발표하며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도록 주문했다.
2차 추경의 결과 올해 총지출은 전년 대비 18.1% 늘었다. 마이너스 경제성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수혈했던 지난해와 똑같은 천문학적인 증가율이다. 더는 여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