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가 졸속으로 진행되면서 정부가 소상공인지원금(희망회복자금)을 최대 2,000억 원 늘려야 할 처지에 몰렸다. 여당과 정부가 포퓰리즘에 중독돼 앞뒤 가리지 않고 재정을 푼 결과가 형평성의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28일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당정은 개인택시 기사에 대한 지원금 증액 방안 검토에 돌입했다. 2차 추경안에서 개인택시 기사가 회사 소속인 법인택시 기사보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추경안에서 개인택시 기사(15만 명)는 매출이 10~20% 떨어진 구간으로 분류돼 1인당 평균 50만 원을 받을 예정이다. 법인택시 기사(8만 명)에게 지급되는 80만 원보다 30만 원 낮은 금액이다. 이에 형평성을 문제 삼아 항의가 빗발치자 민주당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각종 지출 부담을 지는 개인택시 기사는 ‘사업자’로 분류돼 법인택시 기사보다 다소 많거나 비슷한 지원금을 받아왔다.
당초 정부는 추경안의 민생지원금 지급 대상에 월급 근로자인 법인택시 기사를 제외했다. 이번 추경이 ‘전 국민+소상공인’ 지원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지원 대상을 넓히며 법인택시, 마을·시외·고속버스(5만 7,000명), 전세버스(3만 5,000명) 기사에게 1인당 80만 원을 주고 전 국민 지원금 1인당 25만 원도 중복 지원하기로 뒤집었다. 이 과정에서 법인·개인택시 기사 간의 형평성 문제를 정부나 국회 어느 쪽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또 다른 역차별 논란을 피해 개인택시를 포함해 매출 10~20%가 떨어진 구간에 포함되는 사람들(55만 명) 전부에게 30만 원을 추가 지급하려면 최대 2,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당장 거액의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 기획재정부는 발칵 뒤집어졌다. 현재 정부는 예비비도 거의 바닥 나 올해 1차 소상공인지원(버팀목플러스) 때 미지급된 1,000억 원을 가져다 쓰거나 지원금은 그대로 두고 개인택시 기사의 소득을 보전해줄 수 있도록 별도 예산 사업을 편성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논란을 감수하고 지원금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재정지출 계획을 짤 때는 가장 효율적으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분야에 돈을 투입하도록 집행안이 설계돼야 하는데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서 비효율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