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또 '국민 탓'…맹탕대책에 "협조해야" 엄포도

■"부동산 추격매수 말라" 으름장
시장에선 '물량 부족' 호소하는데
정부 "충분"…정책 실패 반성없어
洪 "집값 하락폭 클 것, 사지마라"
국민 상대 공포 마케팅 강도 높여
전문가 "대책없이 읍소…신뢰추락"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2구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현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경찰청 등 4개 부처 수장이 28일 발표한 ‘대국민 부동산 담화문’에 대해 시장에서는 반성 없이 또 남의 탓으로만 돌렸다고 혹평했다. ‘공급은 문제없다’는 발언도 그렇고, 시장 불안을 국민의 무분별한 ‘추격 매수’로 돌린 것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집값이 하락한다’는 공포 마케팅을 넘어 이제 국민을 ‘협박’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번 담화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 인식이 한 발짝도 개선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주선 홍익대 도시건축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계속해서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원하는 규제 완화는 거론 없이 흘러간 옛 노래만을 부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게 실패 겪고도…한 발자국도 못나간 정부 인식=4개 부처 수장이 한데 모여 내놓은 대국민 담화문은 시장 불안의 책임은 ‘국민’에게 있으며 정부는 잘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홍 경제부총리는 국민에게 협조를 구하면서 시장 불안의 원인을 시장에 돌렸다.


홍 부총리는 먼저 기준금리 인상을 언급하며 집을 사지 말 것을 사정했다. 이어 “최근 수도권의 주택 가격 상승은 부동산 시장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대 심리와 투기 수요, 불법 거래가 비중 있게 가격 상승을 견인한다”고 덧붙였다. 즉 시장 불안의 핵심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물량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데 공급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홍 부총리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통적으로 공급량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홍 부총리는 “올해 입주 물량이 전국 46만 가구, 서울 8만 3,000가구로 각각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2023년 이후에는 매년 50만 가구 이상씩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부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수치는 아파트는 물론 빌라 등을 다 영끌한 수치다. 아울러 민간 통계와는 차이가 크다. 시장에서는 신뢰하지 않은 정부만의 통계다. 정책도 기존 정책 판박이다. 새로운 방향 전환 등에 대한 언급 없이 대출 등 수요 관리, 투기 근절 등 기존 정책을 추진하는 데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이와 관련, “정부는 노력했는데 투기 수요가 계속 작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며 “현재 시장은 투기보다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를 정부도 모르지 않을 텐데 이를 투기와 관련해 해석한다면 지나치게 주관적”이라고 지적했다.






하락 폭 생각보다 클 것” 국민 협박?=이런 가운데 정부의 공포 마케팅은 강도를 더했다.


홍 부총리는 집값 고점론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면서 “하향 조정이 이뤄진다면 그 폭은 시장의 예측보다는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겠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노 장관도 “통화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대규모 주택 공급이 차질 없이 이뤄지면 주택 시장의 하향 안정세는 시장 예측보다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더 나아가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 노력뿐만 아니라 시장 참여자 등 국민 모두가 하나 돼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공유 자본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탐욕으로 사회가 황폐해진다는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언급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공유지의 비극은 공유지에만 해당되는 말이지, 사유재산인 주택에 무슨 공유지의 비극이 있냐”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가 땅으로 추락하면서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 교수는 “국민들의 경제활동에 대해 정책으로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텐데 국민들의 도덕성에 호소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며 “정부의 말을 따르다 탄생한 개념이 ‘벼락 거지’인데 아직도 구매를 만류하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더 낮아지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담화문이라고 해서 뭔가 내용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거의 읍소 수준이어서 주목할 내용은 없다고 보인다. 짠한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금까지 워낙 시장과 관련해 말을 많이 해왔기에 오늘 담화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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