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역병은 발생했다. 백신이 없던 시절, 전통사회에서 최고의 전염병 예방법은 거리두기였다.
원보영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지난 28일 배포한 ‘코로나19와 일상의 변화’ 학술대회 발표문에서 “과거에는 국가가 통제하지 않아도 거리두기가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일상에서 생활화된 행동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오는 30일 박물관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학술대회에 발표자로 참가하는 원 박사는 “민간에서 생활화된 거리두기는 역병을 ‘병귀’(病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며 “병을 피하려면 역신이 있는 곳, 병으로 오염된 곳에서 떨어져 거처를 옮겨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반은 가족 중에 환자가 생기면 위채와 아래채를 구분해 격리하고, 노비는 병막(病幕·환자를 수용하는 막사)으로 보냈다”며 “환자의 이동은 격리의 의미도 있지만, 환경이 다른 곳에서 위안을 찾고 병이 낫기를 바라는 주술적 의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시대에 역병이 돌면 가까운 친척의 경조사에 참여하지 않았고, 전염병이 유행하지 않는 곳으로 제사 장소를 바꾸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조상에 대한 의례, 친족·지인에 대한 축하와 조문보다 자신과 부모, 처자식을 지키는 것을 더 중요한 유교적 덕목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를 ‘하나님의 심판’으로 간주하거나 예배 참석자에게 소독을 위해 소금물을 뿌린 종교인을 보면 역병을 대하는 일부 현대인의 지식체계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진행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역사 속 역병에 대한 인식과 대응’,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상과 민속의 변화’라는 두 가지 주제에 맞춰 총 7명이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고려시대 전염병 유행과 민간 풍속, 코로나19와 민속 현장 변화, 코로나19 이후 부산 동제(洞祭·마을 제사) 현황과 전통적 역병 방지의 함의 등에 대한 발표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