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내내 시달렸던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논쟁이 점점 비관론 쪽으로 기울며 SK하이닉스(000660)가 3거래일 연속으로 연중 최저가를 새로 썼다. 업황 방향성에 대한 논란이 쉽사리 종지부를 찍지 못하면서 실제 시황을 확인할 수 있는 오는 4분기까지 주가가 박스권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1.72% 하락한 11만 4,000원에 마감했다. 올해 고점 대비 24.3% 낮은 가격으로 SK하이닉스는 3일 내리 연중 최저가(종가 기준)를 경신하면서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날 올 2분기 전망치에 부합하는 성적표를 공개했음에도 국내 다수의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주가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했다. 이날 NH투자증권은 내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추정치를 한꺼번에 30.9%나 낮추며 목표 주가를 17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내렸고 미래에셋증권(16만 5,000원→13만 5,000원), 유진투자증권(15만 원→14만 5,000원), 하이투자증권(16만 5,000원→16만 원) 등도 하향에 동참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2조 6,9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고 매출액은 3년 만에 10조 원을 돌파했다.
SK하이닉스를 지탱하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연말을 기점으로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점점 힘을 얻는 모습이다. NH투자증권은 D램 가격이 수요와 공급 양쪽 방면에서 하락 압력을 받으면서 올 4분기 상승 폭이 둔화되고 내년 1분기에는 하락 전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과 미중 무역 분쟁 등 돌발 변수로 속앓이를 경험한 바 있는 고객사들이 재고를 서둘러 쌓아두면서 연말께 이들의 가격 저항이 심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체들이 공급을 줄인다면 가격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겠지만 시장 내 점유율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들은 증설에 나서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체의 설비투자와 고객사의 재고 부담이 중첩되며 내년 D램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전년 대비 25%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시장의 우려가 과하며 비관이 극에 달한 현시점을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가격 협상 속 고객의 저항과 고객사의 높은 재고량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정보기술(IT) 공급망이 마비돼 전방 재고가 소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서버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이고 업체는 독과점력을 바탕으로 고수익성을 지속 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적자를 이어온 낸드 부분이 3분기부터 턴어라운드에 성공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싣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