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텅 비는 울산' 지역 간 이동 자제 목소리 높아져

자동차·조선 주요기업 및 협력업체, 인근 상가 동반휴가로 도심공동화
현대중공업 17일 최장, 현대자동차 9일 등
송철호 시장 "휴가는 안전한 울산에서…"

울산시 동구에 위치한 현대중공업과 주변 도심. 울산 동구는 매년 여름철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여름휴가를 실시하면 협력업체를 포함 주변 상가까지 모두 문을 닫아 도심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 /사진제공=울산시

“올 여름 휴가는 델타 변이로부터 안전한 울산에서 보냅시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29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지역 간 이동 자제를 부탁했다. 울산시민에게 먼 휴가지 대신 지역에서 휴가를 보내 달라는 부탁이다.


송 시장은 “전국의 확진자가 하루 1,800명을 넘어서며 4차 대유행이 진행 중이다”며 “4차 대유행의 주요 원인인 델타 변이는 확산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으로 수도권과 부산의 변화 추이를 보면 울산에서 델타 변이 집단감염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다”고 경고했다.


송 시장이 직접 나서 지역 간 이동 자제를 부탁하고 나선 것은 울산의 휴가 양상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울산은 여름휴가철이 되면 자동차와 조선업종 종사자들이 모두 집단 휴가를 떠나 이들 기업체가 있는 동구와 북구를 중심으로 도심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 대기업 공장이 휴가 일정을 정하면 협력업체가 따라 정하고, 주변 상가도 함께 쉬는 식이다. 이들의 가족까지 더하면 112만 울산 인구의 절반가량이 한꺼번에 휴가를 떠난다.


매년 여름휴가철마다 도심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여름 여행이 일반화됐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대부분의 회사가 코로나19 감염차단을 위해 여행 자제를 권고한 상태다. 울산시장까지 이동 자제를 부탁하고 나섰으며, 해외 휴가가 막힌 상태에서 강원과 제주 등 휴가지 주변 상황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로 몇 차례 가동중단 상황을 겪었던 자동차와 조선 업계 직원들 모두 자제하는 분위기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수백여개의 부품 협력업체 한 곳만 확진자가 나와도 전체 생산이 멈출 수 있는 만큼 더욱 조심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여름 휴가철을 맞아 7월 27일부터 8월 8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해 방역망을 더 촘촘하게 짜고 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1만3,000여명 이상이 근무하는 현대중공업은 7월 31일부터 8월 16일까지 최대 17일 동안 문을 닫는다. 3,000여명이 근무하는 현대미포조선도 8월 13일은 출근일이지만 대부분이 연차를 사용해 16일까지 최대 17일 휴가를 떠난다.


울산 동구에 사는 직원 전모(39)씨는 “자가격리도 아니고, 휴가인데 17일 동안 집에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며 “일단 울산 근교인 경주와 밀양 정도를 생각하고 있지만, 상황을 보며 좀 더 멀리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3만1,000여명이 근무하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8월 8일까지 9일간 공장 전체가 문을 닫는다. 최근 임단협이 마무리돼 주머니 사정도 넉넉해졌다.


송 시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아니었다면 시민들께서 국내외 곳곳을 찾아 자유롭게 휴가를 즐기실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4차 대유행 상황에서는 각종 제한 등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며 “울산에서 휴가를 보내면 코로나19로부터도 안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과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재차 이동 자제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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