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쏠림 심한데 파운드리는 '흔들'…스마트폰도 점유율 후퇴

[리더십 공백 장기화 우려…웃지 못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 22조지만 비메모리 비중은 4.8조 그쳐
 스마트폰도 中에 시장 뺏겨…1년새 점유율 3.3%P↓
 총수 부재 의사결정 차질, 新사업·M&A 등 시계제로



“삼성의 기술 경쟁력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보유 현금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의미 있는 인수합병(M&A)은 언제쯤 진행되는가.”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에서 차세대 공정 개발 현황은 어떻게 되고 있나.”


29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는 ‘어닝서프라이즈’를 향한 축하보다 회사의 미래 성장 방향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삼성전자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증권사 연구원들은 물론 콘퍼런스콜을 개최하기 전 홈페이지 등을 통해 미리 취합한 일반 투자자의 질문에서도 삼성전자의 미래 행보를 캐묻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콘퍼런스콜의 마지막에 거론된 M&A 관련 질문은 111조 원(2분기 말 기준)에 달하는 현금을 쌓아두고 있으면서도 진취적 행보를 보이지 못하는 삼성전자에 대한 질책으로 들릴 정도로 날카로웠다. 투자자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인한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 리스크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보인다


예상보다 무거웠던 콘퍼런스콜의 분위기는 삼성전자가 투자자들에게 내놓은 성적표가 상당히 좋았다는 점에서 특히 의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은 63조 6,716억 원으로 1분기에 이어 60조 원의 벽을 무난히 깼고 영업이익의 경우 같은 기간 3조 원 이상 증가한 12조 5,667억 원을 기록하는 등 일견 순탄한 항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콘퍼런스콜에 참석한 투자자들의 마음을 반영하듯 전일 대비 0.25% 빠진 7만 9,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호실적을 무색하게 했다. 7만 원대 후반에서 답보상태에 빠진 주가를 두고 삼성전자 실적 기사의 댓글을 통해 항의하는 일반 투자자도 여럿 보였다.


호실적에도 힘을 쓰지 못하는 주가는 현재 실적보다는 미래 성장성을 반영한다는 공통적인 이해 아래 전문가들은 다양한 지적을 내놓고 있다. 우선 반도체(DS) 부문의 경우 이 부회장 스스로 “미래 성장 동력”이라고 칭하며 171조 원을 투입해 키우겠다고 약속한 시스템 반도체, 그중에서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은 기대를 충족하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이 올린 매출 22조 7,400억 원 가운데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의 매출은 4조 8,600억 원, 비중으로는 21.4%다. 지난해 한때 시스템 반도체 매출은 DS 전체 매출의 25%까지 늘어나며 기대를 모았지만 D램과 낸드플래시 같은 D램 주력 제품의 가격이 정상화되면서 이 비중은 낮아졌다. 경쟁사인 TSMC는 물론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 뛰어들며 대대적인 경쟁을 예고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계(視界)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새로운 반도체 기술 이식을 위한 M&A가 활발하지만 총수가 없는 삼성전자는 과감한 결단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2분기 파운드리 사업은 칩 공급 능력을 끌어올려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발표했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결과가 극심한 파운드리 쇼티지 때문에 거둔 성과일 뿐 선단 공정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냉정한 판단을 내놓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경쟁사인 TSMC처럼 7나노미터(㎚, 10억 분의 1m)급 공정 이하에서 50%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면 사업부별 공정별 매출을 공개했을 것”이라며 “선단 공정에 대한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율 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함께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스마트폰 분야도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애플과 중저가 라인업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오포·비보 등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삼성전자가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6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많은 제품을 판매한 곳은 샤오미로 1,974만 대를 팔았다. 삼성전자는 1,812만 대로 2위, 애플은 1,647만 대로 3위였다. 또 다른 데이터를 봐도 애플과 중국 업체들 사이에 낀 삼성전자의 처지가 뚜렷하게 보인다. 시장 조사 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올 1분기 매출을 기준으로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42%로 압도적인 1위였고 이어 삼성전자 17.5%, 오포 8.2%, 비보 8.0%, 샤오미 7.6% 등으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도드라지는 모습이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분기 20.2%에서 1년 만에 3.3%포인트 후퇴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 사업에서 올린 매출과 영업이익이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면서 발생한 펜트업 수요에 기반한 것이므로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혁신에 성공해 이뤄낸 성과는 아니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제임스 강 유로모니터 연구원은 “삼성이 3분기 프리미엄 라인업 및 저가 모델 출시로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 하고 있다”고 밝힌 뒤 “올해부터 소비자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에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존재하고 이 부회장이 부재한 현시점에서 유의미한 M&A를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의사를 뚜렷이 했다. 이날 서병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IR팀 부사장은 “핵심 역량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전략적 M&A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당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그간 M&A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지만 현재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다”며 ‘3년내 실행’을 다시금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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