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 203만명 보충수업 지원한다는데…학생 자율 참여로 한계 뚜렷

■정부, 교육회복 종합방안 발표
현직 교사·예비 교원 등 활용
맞춤형 컨설팅 등 확대한다지만
보충수업 참여할 교원 인력 부족
학력미달 줄일 목표치도 안정해
학습결손 해소방안 실효성 의문

유은혜(맨 오른쪽부터)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초학력 미달 초중고생의 비율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교육 당국이 학습 결손을 해소하는 종합 방안을 내놓았다. 핵심은 현직 교사와 교대·사범대 학생 등 예비 교원을 활용해 초중고 학생의 3분의 1이 넘는 203만 명을 대상으로 방과 후 보충수업을 진행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보충수업 참여 학생 선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얼마나 줄일지 목표 자체가 불분명해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13%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발 학력 저하가 공식 확인되고 교육부가 학습 결손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교육 당국은 우선 학습·정서 결손 등을 해소하는 데 중앙정부 예산인 교육부 특별교부금 총 8,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학습 결손 해소의 핵심 대책은 ‘교과 보충 집중(학습 도움닫기) 프로그램’ 신설이다. 교사 진단으로 학습 결손이 확인된 학생과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담임 또는 교과목 교사가 방과 후나 방학 중 3~5명 정도의 소규모 수업반을 개설해 학생을 지도한다. 수강료는 특별교부금 약 5,700억 원을 통해 전액 지원한다.




교대·사대 등 대학생 및 지역 강사를 활용한 ‘튜터링’도 신설해 소규모 학습 보충 및 상담을 시행한다. 또 수석교사를 통한 고등학생 1 대 1 맞춤형 ‘학습 컨설팅’ 지원도 확대한다.


교육부는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 등을 통해 내년까지 총 203만 명(학습 도움닫기 178만 명, 튜터링 24만 명, 학습 컨설팅 1만 명)의 초중고 학생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기초학력 미달(1수준) 추정 학생 34만~72만 명 대비 3~6배 수준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외에도 중위권에서 학습 보충이 필요하다고 진단된 학생이나 희망하는 학생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교육 당국은 기초학력 향상이 필요한 학생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학습과 정서 결손을 복합적으로 지원하는 ‘두드림학교’와 협력 수업 운영 학교도 늘리기로 했다. 전국 시도 교육청은 이날 발표된 교육부의 기본 계획을 토대로 추가경정예산 증액분 6조 원을 반영한 세부 계획을 마련해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교육계는 이번 방안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정확한 전 학년 학력 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채 보충수업에 참여할 학생의 기준을 교사들의 진단·추천, 학생들의 희망으로 정하면 학교별·지역별로 보충수업 대상이 제각각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학생·학부모의 희망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면 정작 긴급하게 학습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지원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학생들이 낙인 효과를 우려해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해결 방안도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할 교원 인력 확보도 문제다. 가뜩이나 원격 수업과 방역으로 업무량이 많은데 별도 보충수업까지 맡아야 하는 만큼 교사 입장에서는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보충수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교육 목표도 불명확하다. 교육부는 이번 방안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 이전의 학습 성취도를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방안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어느 정도로 낮출 것인지는 말하기 곤란하다”고 밝혀 학력 회복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지 의문이다.


교육부는 또 2학기 등교 확대를 앞두고 학교 밀집도를 낮추기 위한 과밀학급 해소 방안도 발표했다. 올 하반기에 학급당 학생 수 28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있는 학교 1,155개교를 대상으로 특별 교실 전환, 모듈러 교실, 학급 증축을 실시한다. 이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총 3조 원을 투입해 과밀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신·증축을 집중적으로 시행한다.


과밀학급 해소 방안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에서 “한 학급당 27명도 과밀”이라며 “20평 남짓한 교실에서 학급당 학생 수는 20명으로 상한을 두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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