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퍼주기’ 법안 내놓는 與野…“이번 대선에서 현금 살포가 핵심 되지 않을 것"

"당장의 지원책인 현금 살포 대신
안정적 부동산 정책 등에 목말라해"
與, 아동수당·자녀세액공제 확대 법안 발의
野 “청년농업인·양육한부모 지원 확대해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현금 복지 등 경제적 지원을 골자로 하는 포퓰리즘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 당장의 복지를 앞세워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멀게할 경우 표심을 자극해 내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평론가들은 복지 강화를 위해 증세가 불가피한 만큼 지금 당장의 복지에 홀려 표를 내줄 경우 증세라는 부메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아동수당 규모를 확대하는 아동수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아동수당을 1세 미만의 경우 50만 원, 1세 이상~13세 미만에게는 15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7세 미만에게 10만 원을 지원하는 현행 아동수당의 지급 범위와 액수를 모두 늘리자는 의미다. 신 의원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영아수당(0~1세)’ 신설을 제안한 바 있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도 지난 4월 비슷한 취지의 아동수당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7세에서 18세로 넓힌다는 내용이다. 아동복지법이 ‘아동’을 18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개정안 발의 근거로 삼았다.


청년을 겨냥한 현금 지원 법안도 나왔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청년에게 ‘보편적 기본자산’을 지급한다는 청년기본자산지원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발의했다. 모든 국민이 출생 시점부터 18세가 될 때까지 국가가 월 20만 원을 적립해 개인이 18세 이후 약 6,000만 원의 기본자산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제정안에 따르면 기본자산은 고등교육과 주거·창업 등의 용도로만 지급 가능하다.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의 지원법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자녀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냈다. 현행 7세 이상 자녀 1명당 15만 원인 자녀 세액공제액을 자녀 1명당 50만 원으로 늘려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개정안은 출산 또는 입양 신고한 공제 대상 자녀의 경우 첫째는 연 50만 원, 둘째는 연 70만 원, 셋째는 연 100만 원을 공제하도록 정했다. 현행법은 출산 또는 입양한 자녀에 대해서는 최대 70만 원까지 공제해주고 있다.


현금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야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양육비 지급 대상이 되는 양육한부모 범위를 넓히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상 양육한부모는 중위소득 50% 이하일 경우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는데, 이 대상을 중위소득 75% 이하로 늘리자는 것이 골자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나 긴급복지 지원법 등에 따라 다른 복지 지원을 받고 있는 양육한부모도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청년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금의 지급 기간을 연장하는 ‘후계청년농어업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행 3년인 청년 영농정착지원금 지급 기간을 5년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영농정착지원금이란 농어업 분야에서 창업을 하려는 청년이 일정 기간 동안 의무 사항을 이행하면 지급되는 지원금이다. 결국 지원금 지급 기간을 2년 연장하자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포퓰리즘 법안’ 발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표만 의식한 법안을 내놓는다면 그것을 바로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며 “선거에서 포퓰리즘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재정 건전성을 고려했을 때 유권자들이 포퓰리즘 법안을 가려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금 지원 법안 발의가 표 확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경우 국민대 교수는 “선거 때마다 경제적 지원을 해주겠다는 법안이 발의되는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대선을 좌우하는 핵심은 현금 지원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윤 교수는 “국민들은 당장의 지원책보다는 장기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을 낮추는 것 등에 더욱 관심이 많다. 4·7 재보궐선거 때도 그랬다”며 “현금 등을 지원하는 법안이 나오더라도 묻힐 가능성이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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