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주들의 주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최근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라면과 제과주들은 수익률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음료주들 역시 폭염 시즌 등을 맞아 주가가 강세다. 하지만 연중 최대 성수기를 누려야 할 맥주·소주 등 주류주들은 코로나19 재확산과 거리 두기에 따른 매출 감소로 맥을 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제일제당(097950)은 전 거래일보다 3.23% 오른 47만 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지난 2주간 6% 가까이 상승했다. 이날도 1.09% 오르며 3거래일 연속 강세를 이어간 농심(004370) 역시 2주간 주가가 6.19% 뛰었다. 오뚜기(007310)(2.27%), SPC삼립(005610)(4.11%), 남양유업(003920)(1.87%) 등의 식음료주들도 이날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최근 들어 가팔라진 식자재 가격 상승세에 식음료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자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농심은 오는 8월 16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라면 출고가를 평균 6.8% 인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오뚜기가 다음 달부터 진라면·스낵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2% 인상한다고 발표한 지 14일 만이다. 삼양식품(003230)·팔도 등도 자사 라면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과 오뚜기는 최근 팜유와 밀가루 등 주요 원자재가 및 인건비 등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르자 각각 4년 8개월, 13년 만에 라면 값을 인상했다. 지난 28일(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소맥 현물은 부셀당 698센트에 거래됐는데 이는 한 달간 7.1%, 연간 31.6% 상승한 수치다. 말레이시아증권거래소의 팜유 가격도 톤당 4,470달러로 전년 대비 68.3% 올랐다. 밀 가격 오름세에 CJ제일제당·대한제분(001130) 등은 최근 밀가루를 공급하는 업체들에 가격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매년 8월 판가가 조정되는 우유 역시 올해 가격 상승이 예상돼 유제품 판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음식료 업종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판매가 인상”이라며 “하반기 곡물가가 하락하면 기존에 판가를 올린 기업 위주로 마진 스프레드가 벌어지며 장기 이익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키움증권은 농심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원재료 단가 상승 부담을 판가로 전가하며 중기적인 실적 추정치가 상향될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36만 원에서 41만 원으로 올려 잡았다.
반면 최대 성수기인 여름을 맞은 주류주들의 주가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이트진로(000080)(0.15%)는 이날 소폭 상승했지만 2주간 2.13% 하락했다. 연고점(6월 2일 4만 100원)과 비교하면 14% 떨어졌다. 무학(033920)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3.08% 하락했고 연고점 대비 16% 넘게 빠졌다. 보해양조(000890)·제주맥주(276730) 역시 연고점 대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탄산음료 부문의 약진으로 선방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롯데칠성(005300)만 이날 6.25% 오르며 주가가 개선됐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7~9월은 주류 업체들의 최대 실적 상승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당초 기대만큼의 개선세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방역 수칙 및 거리 두기 단계가 상향되며 업체들의 주요 수익 창출 통로인 업소 매출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의 목표 주가를 44만 원에서 42만 원으로 낮추며 “2분기 소주와 맥주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7%, 7.0% 역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성수기인 3분기에도 유흥 채널의 회복세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