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찾기에 나선 쌍용자동차의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참여 회사 수가 9곳으로 인수전 흥행은 성공했다는 평가이지만 참여 업체들의 자금 조달에 의문이 제기돼 최종 매각을 위해 산업은행의 지원이 필수적이고 이 과정에서 회사 정상화를 위한 쌍용차(003620) 구성원들의 자구 방안 이행도 따라줘야 한다는 평가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매각 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이날까지 기업들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았다. 쌍용차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총 9곳으로 이 중 주목받는 업체는 미국 자동차 유통 업체 HAAH오토모티브의 새 법인인 카디널원모터스, 전기차 업체 에디슨모터스, 전기스쿠터 업체 케이팝모터스, SM그룹 등이다. 이외에도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 5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특히 SM그룹은 막판에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어 화제가 됐다. 지난 2010년 쌍용차 인수를 노렸던 SM그룹은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남선알미늄과 시너지를 내 전기차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인수는 향후 오는 8월 말 예비 실사 후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10월 가격 협상 등을 진행해 11월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문제는 쌍용차 인수전에 참가한 후보자들의 실제 자금 동원력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3,900억 원에 달하는 공익 채권과 향후 운영비 등을 포함하면 실제 필요한 쌍용차 인수 금액은 약 1조 원으로 추정된다. 먼저 HAAH의 경우 최근 파산 문제를 겪었을 뿐만 아니라 창업주인 듀크 헤일 회장이 4,000억 원 수준의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매출액 897억 원, 영업이익 27억 원으로 케이팝모터스와 함께 쌍용차를 품기에는 회사 규모가 너무 작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실제 이 두 업체는 새우가 고래를 삼키기 위해 사모펀드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나섰다. 그나마 막판에 참전을 선언한 SM그룹은 재계 38위로 회사 규모가 큰 편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이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향후 SM상선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IPO 전이어서 예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쌍용차 매각이 최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산업은행의 지원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올해 초 기존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는 기업 회생에 필요한 5,000억 원 중 2,300억 원을 직접 투자하고 나머지는 산업은행과 정부가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현재 쌍용차의 경영 상황은 당시보다 나아진 것이 없기 때문에 새 업체가 1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부담해 인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쌍용차 정상화까지는 2~3조 원의 자금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쌍용차 새 주인도 정부와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새 인수자와 함께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쌍용차 구성원들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도 이어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쌍용차는 생산 중심지인 평택 공장을 매각하고 친환경차 생산 시설을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부지 가치가 약 9,000억 원으로 평가받는 평택 공장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해 인수 매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쌍용차 노사는 최근 직원들의 최장 2년 무급 휴직을 합의하는 등 자구 방안을 이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