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에 ‘3중 악재’ 덮친 코스피…3,200선도 위태

[외인 선물 1.4조 매도…5년만에 최대]
3,202 마감…이달만 2.8% 빠져
사상 첫 9개월 연속 상승랠리 실패
원화 변동성 커져 1,150원대 등락
내달에도 박스권 횡보 이어질듯



코스피가 약 두 달 만에 3,200 선 붕괴 위기에 빠졌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과 함께 여러 경기지표가 정점을 찍고 둔화된다는 이른바 ‘피크아웃’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외국인이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사상 처음이었던 9개월 연속 상승 랠리 도전도 실패로 끝이 났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다가오는 8월 증시도 만만치 않은 장세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0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1.24% 떨어지며 3,202.32에 거래를 끝냈다. 이달 들어 지수는 2.86% 빠지며 6월 1일(장 중 기준) 이후 처음으로 3,100 선을 코앞에 두게 됐다. 이로써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간 이어진 상승장에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현재까지 코스피는 8개월 연속 상승이 최장 기록이다. 앞서 지난 2016년 12월부터 2017년 7월까지 8개월 오른 바 있다.


코스피는 외국인 매도 부담에 몸살을 앓는 모습이다. 이날도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에서 7,185억 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는 5조 1,095억 원 규모를 팔았다. 3개월 연속 코스피에서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날은 코스피200 선물에서 약 1만 3,000계약(1조 3,747억 원)을 팔아치웠다. 이날 외국인의 하루 선물 매도는 금액 기준으로 2016년 10월 26일(1조 6,465억 원) 이후 가장 컸다.


이는 델타 변이 확산이 촉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유럽 등 선진국보다 접종 속도가 느린 신흥국의 경우 주식의 상대적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경기회복이 그만큼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델타 변이 확산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경기민감 업종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사태가 진정되고 경기회복 자신감이 강해지기 전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는 것도 국내 증시에 악재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신흥국 투자 매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시장 민심 수습에 나섰지만 아직 믿음을 주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일 반등세를 보였던 중화권 증시가 이날 다시 떨어진 것은 이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적 ‘피크아웃’ 논란은 가장 우려되는 지점으로 꼽힌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코스피200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을 약 49조 7,000억 원으로 추정한다. 기저 효과로 지난해(28조 8,000억 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나는 수준이지만 전 분기(51조 원)와 비교하면 감익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올 4분기(54조 원)도 3분기(약 59조 원)보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올 3분기부터 성장률 둔화가 예상된다고 하자 시장 심리가 위축됐다.


여기에 원화 약세가 증시 수급 부담을 높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원 80전 오른 1,150원 30전에 거래를 마치면서 다시 1,150원대로 올라섰다.


증권가에서는 다음 달 증시도 박스권 장세로 전망한다. 현재로서는 시장 분위기를 급격하게 반전시킬 만한 요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공식화를 앞두고 눈치 보기가 심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올 9월 테이퍼링 신호가 나온다고 보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분기가 펀더멘털 지표의 정점이 될 수 있다”며 “올여름 강세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조정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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