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도 지난해 코로나19 쇼크 속에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침체기를 겪은 것으로 추정됐다. 유엔(UN) 등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제재가 지속된 가운데 코로나19 방지를 위해 봉쇄를 강화하고 수해까지 겹친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1조 4,269억 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 북한이 대기근으로 경제난을 겪으며 ‘고난의 행군’ 시절로 불린 1997년(-6.5%) 이후 최악이다. 실질 GDP 규모는 2003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북한 경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된 2017년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2017년(-3.5%)과 2018년(-4.1%) 두 해 연속 뒷걸음질을 치다가 규제를 피해 중국과의 대외 교역을 늘리면서 2019년 성장률이 0.4%로 잠시나마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경제 상황은 다시 악화됐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 봉쇄, 이동 제한, 유증상자 30일 격리, 평양 진입 제한 등 고강도 방역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해 북한 제조업은 경공업(-7.5%)과 중화학공업(-1.6%)이 모두 타격을 입으면서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광업도 금속광석, 비금속광석 모두 줄어 9.6% 감소했고, 여기에 수해까지 발생하면서 농림어업이 전년 대비 7.6% 줄어들었다.
서비스업 역시 운수, 도소매, 음식숙박 등이 모두 타격을 입은 결과 4.0% 감소한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다만 전기·가스·수도업이 수력 발전이 늘면서 1.6% 증가했고, 건설업도 주거용 건물 건설을 중심으로 1.3% 늘었다. 이마저도 수해로 강수량이 늘고,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회복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지난해 북한의 국민총소득(명목 GNI)은 35조 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우리나라 명목 GNI 1,948조 원의 1.8% 수준으로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1인당 국민총소득도 137만 9,000원으로 우리나라(3,762만 1,000원)의 3.7% 수준에 그친다.
북한의 대외교역 규모는 8억 6,000만 달러로 전년(32억 5,000만 달러) 대비 73.4%나 급감했다. 수출은 시계(-86.3%), 우모·조화·가발(-92.7%) 등이 모두 타격을 입으며 전년 대비 67.9% 감소한 9,000만 달러에 그쳤다. 수입 역시 7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정태 한은 국민소득총괄팀장은 “UN의 고강도 대북 경제 조치가 수년째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 대응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이동을 제한하면서 제조업 감소가 확대되고 서비스업도 타격을 받았다” 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가장 안 좋은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