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여름휴가 기간 ESG 관련 책을 추천 도서로 꼽았다. 먼저 윤 회장이 추천한 책은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으로 빌 게이츠가 10년간 전 세계에서 목격한 지구 환경 실태를 바탕으로 기후 재앙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다루고 있다. 책은 오는 2050년 선진국부터 온실가스를 더 이상 배출하지 않는 제로 탄소 상태에 도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기업이 각자 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KB금융 측은 “지난 6월 금융의 역할을 통해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데 앞장서기 위해 탄소 중립을 선언했었다”며 “이 책을 통해 탄소 중립을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설립하는 데 도움될 것으로 보고 추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행장은 ESG 경영을 실행하는 대표적 글로벌 기업인 ‘파타고니아’ 배우기에 나섰다. 파타고니아의 창립자 이본 쉬나드가 쓴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을 통해서다. 파타고니아는 옷을 만들어 버릴 때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철학으로 유명하다. 회사가 나서서 새 제품보다 중고품 구매를 권하는 등 친환경을 대표하면서 MZ세대에서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책을 통해 ESG 경영이 화두가 된 시대에 기업이 가져야 할 원칙과 비전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신한은행 측 설명이다. 시중은행이 경쟁적으로 ESG를 도입하고 나서는 가운데 휴가철 추천 도서에까지 ESG가 뻗어간 것이다.
코로나19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 대한 지혜를 책에서 찾으려는 최고경영자(CEO)도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여름휴가 기간 ‘초가속’을 추천 도서로 선택했다. 책은 뇌 과학자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를 포함해 경영·경제·사회·역사 분야의 석학들이 코로나19가 경제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꿨는지 토의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책에서 전문가들은 감염병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내재돼 있던 디지털·불평등 등의 흐름을 가속화시킨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보고 변화의 흐름을 민감하게 따라가는 조직만이 살아남는다는 결론을 내린다. 최근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고 한 조 회장의 발언과도 맥이 닿았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은 ESG, 디지털,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현대 사회를 살아갈 지혜를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를 통해 찾고자 한다. 역사에서 아이디어를 찾겠다는 취지에서다. 이 외에도 휴가 기간 머리를 식힐 책으로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허인 KB국민은행장)’ ‘행복한 무소유(권준학 NH농협은행장)’가 손꼽혔다.
다만 금융권 CEO들은 휴가철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하면서도 대부분 정작 본인의 휴가 일정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수도권 기준 4단계인 데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9월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예정대로 종료될지도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