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못다 이룬 父의 꿈, 아들 쇼플리가 이뤘다[도쿄 올림픽]

男골프 18언더 金…사고로 올림픽 못 나간 아버지와 뜨거운 포옹
임성재 10언더 공동 22위, 김시우 8언더 공동 32위

미국의 잰더 쇼플리가 1일 도쿄 올림픽 남자 골프 4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파 퍼트를 넣어 우승을 결정짓고 있다. /가와고에=AP연합뉴스

일본 내에서도 더운 지역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1일 기온은 섭씨 34도까지 치솟았다. 최근 나흘 새 가장 더웠다. 뜨거운 햇볕만큼 남자 골프 메달 전쟁도 펄펄 끓었다.


1일 가와고에시 가스미가세키CC(파71)에서 끝난 도쿄 올림픽 남자 골프에서 잰더 쇼플리(미국)와 로리 사바티니(슬로바키아)가 금·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이날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인 쇼플리는 합계 18언더파, 사바티니는 17언더파로 마쳤다. 15언더파 공동 3위에 무려 7명이 몰린 가운데 대만의 판정쭝이 연장 끝에 동메달을 땄다. 연장에서 로리 매킬로이(아일랜드),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등 내로라하는 강자들을 모두 물리쳤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4승의 세계 랭킹 5위 쇼플리는 유럽 이민자 아버지와 일본에서 자란 대만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들의 스윙 코치인 아버지 스테판은 10종 경기 선수 출신이다. 40년 전 훈련장에 가던 중 교통사고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으면서 올림픽 꿈을 접었다. 쇼플리는 아버지의 오랜 꿈을 대신 이뤘다. 경기 후 아버지와 뜨겁게 포옹했다. 이날 올림픽 18홀 최소타인 10언더파 61타를 친 사바티니의 거센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렸다.


한국의 임성재(23)와 김시우(26)는 각각 10언더파 공동 22위, 8언더파 공동 32위로 마쳤다. 아시아 최초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왕 출신의 임성재는 5번(파5)과 6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메달 획득의 불씨를 살리기도 했다. 당시 막 경기를 시작한 3위 그룹과 3타 차였다. 10번 홀(파3)에서도 버디를 보태 중반까지도 계속 3타 차를 유지했다. 하지만 막판 몰아치기가 끝내 나오지 않아 3위 그룹과 5타 차로 마감했다. 임성재는 “3m 안쪽 퍼트 3개를 놓친 게 아쉽다”며 “첫날부터 3위만 바라보고 치니까 부담이 됐던 것 같다. 다음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면 이번 경험을 계기로 충분히 (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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