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신약개발 도우미’ 로 자리잡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한 데이터 분석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신약 개발 기간을 절반에서 3분의1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는 AI 전문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해 신약개발에 AI 활용도를 점차 높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285130)은 최근 AI 신약개발사 스탠다임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맺었다. 스탠다임의 신약 재창출 플랫폼인 스탠다임 인사이트(Standigm Insight)를 통해 발굴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다. 내년 상반기 중 임상에 진입하고. 2상 임상시험을 완료한 후 기술 이전을 검토할 예정이다. SK케미칼은 지난 6월 스탠다임의 프리아이피오(pre-IPO)에 참여해 신주를 인수하는 등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노엔(inno.N)은 최근 국립암센터 암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단, 전북대학교병원 전북빅데이터센터와 함께 ‘암 빅데이터 플랫폼 활용 기반의 신약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노엔은 국립암센터 등 11개 기관들이 생산한 암 임상 빅데이터를 바이오마커(체내 지표) 개발, 임상시험 실시기관 선정 및 대상자 모집 등 임상개발 전략수립에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유럽 임상 2상을 준비중인 표적항암 신약 ‘IN-A013’과 ‘IN-A008’에 빅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빅데이터로 국내 환자들의 특성을 파악하면 최적의 임상 설계가 가능하다”며 “새로운 암 관련 변이 유전자, 바이오마커를 발견하고 항암제를 연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069620)은 지난 3월 AI 기반 신약개발 전문기업 온코크로스와 공동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과 ‘DWN12088’에 온코크로스가 보유한 유전자 발현 패턴기반의 AI 플랫폼 ‘랩터(RAPTOR) AI’를 접목해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당초 당뇨병 치료제를 목표로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이나보글리플로진의 적응증을 비만 등 대사 질환 전반·심장질환·신장질환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폐·신장·피부에 나타나는 난치성 섬유증을 적응증으로 하는 치료제 DWN12088에서 항암제 등의 새로운 가능성도 탐색할 계획이다.
제약업계는 전임상 또는 임상 단계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는 물질 발굴과 임상시험 등에 평균 10~15년이 소요되고, 약 1조~2조 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AI의 도움을 받으면 개발 기간은 평균 3~4년, 개발 비용은 6,000억 원 가량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구원 수십명이 수개월 동안 몇 백편의 논문을 찾아서 겨우 찾아낼 수 있는 후보물질을 AI는 단 하루만에 찾아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화이자·사노피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막대한 비용을 AI 신기술에 투자하고 있으며, 국내 업계는 AI 전문 개발사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신약개발에 AI를 보다 활발히 도입하기 위해서는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데이터들의 공유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는 각 업체들이 다양한 신약개발 관련 데이터를 제각각 보유하고 폐쇄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화종 AI신약개발지원센터장은 “신약개발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해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정부, 의료기관, 기업 간 협업이 가능하도록 정부 지원 하에 공공의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