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통신선 청구서' 내밀자...자중지란 빠진 與

설훈 "방역 위해서도 연기 바람직"
송영길은 "예정대로 진행" 선그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취소’를 압박하자 여당 내부에서 훈련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북한의 요구대로 훈련을 연기할 경우 한미 동맹 균열이라는 안보 위협 상황을 맞을 수 있어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요구한 이달 한미연합훈련 취소와 관련해 “남북·북미 관계의 새로운 변곡점을 만들기 위해서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서도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대선 국면에 접어들기 전에 유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문재인 정권 임기 내에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앞서 노무현 정권 시절 10·4 남북정상회담이 대선을 약 2개월 앞두고 성사됐으나, 결국 그해 12월 대선에서 민주당은 패배한 바 있다.


반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정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연합훈련에 대해 “적대적 훈련이 아니라 평화 유지를 위한 방어적 성격”이라며 “전시작전통제권 회수를 위한 필수 훈련이기도 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연합훈련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한미 동맹에 흠집이 나는 위험 부담이 뒤따르는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실제 안보 전문가들은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할 명분이 없다고 지적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 간 대화 진전도 없는데 미국이 훈련을 연기할 명분이 없다”며 “북한은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면서 한미 간 이견을 확장하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인균 경기대 북한학과 교수는 “연합훈련은 합동 군사 준비 태세 유지의 핵심”이라며 “우리 정부는 5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합동 군사 준비를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를 통해 “우리 정부와 군대는 남조선 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 연습을 벌여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해 예의주시해볼 것”이라며 연합훈련 취소를 압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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