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마이웨이에..."예산으로 선거운동"

"차별없는 보편지급이 효과적" 고집
丁 "국정경험 없어 이런 결정" 비판
경기북도 놓고도 주자들과 대립각
李 "선거 의식 근시안적 주장" 반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충남 예산에 있는 윤봉길 의사 사당인 충의사 참배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정책은 다른 게 정상이고 중앙정부와 똑같이 할 거면 지방자치를 할 이유가 없다”며 경기도민에 대해 재난지원금 100% 지급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와 여야 모두 합의한 사안을 이 지사가 공개적으로 뒤엎겠다고 밝히자 여당 내에서도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여당 일각에서는 이 지사에 대해 “경기도 예산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터져 나왔다.


이 지사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열린 대전·충남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경기도민 100%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재차 설명했다. 그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형평성 문제 등에 대해 “모든 도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게 제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시군이 반발한다고 볼 게 아니라 의견이 다르게 분출되는 것이고, 특정 정책을 둘러싼 당연한 토론과 의견 수렴 과정이라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전날 충남 충의사를 참배한 자리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88%)에서 배제된 나머지 12%의 도민 전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여당 내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세균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88%라는 산물은 당정청뿐만 아니라 야당까지 합의한 것인데 어렵게 결정한 것을 경기도가 뒤집어버리면 다른 시도는 어떻게 하느냐”며 “이 지사는 국정 경험이 없어서 이런 결정을 하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정부나 국회의 고충도 이해해야지 합의를 존중하지 않고 일방통행하면 국정이 어디로 가겠느냐”고 덧붙였다.


여당 내 대선 후보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이 지사가 경기도 예산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김두관 의원은 “6명의 후보 중 유일한 현직 도지사가 집행권을 무기로 돈을 풀겠다는 게 ‘공정 경선’에 해당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낙연 후보 역시 2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경기도민의 혈세는 이재명 후보의 곳간이 아니다. 지난 1·2차 경기도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이미 2조 7,000억 원의 부채를 떠안았는데 세금으로 또 빚을 내서 소득 상위 12%까지 지급하겠다는 것이냐”며 비판했다.


이 지사는 이 같은 논란에도 도지사직을 사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과거에 우리 당 소속 도지사 한 분이 사퇴한 뒤 대선 경선에 나섰다가 그 지역 주민에게 상당히 비판을 받았다”며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어려운데 본인 선거가 있다고 사직하고 자기 선거에 올인하는 게 옳은지, 저는 반대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재난지원금 논란과 더불어 경기북도 설치를 공론화하며 이 지사에게 각을 세웠다. 정 후보는 “경기도 전체를 하나로 놓고 보면 규제에 대한 시각 자체가 다를 수 있다. 북부가 따로 분리되면 또 거기에 맞는 맞춤형 규제도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캠프의 배재정 대변인은 “오늘도 이 지사가 ‘경기북도로 분도가 이뤄지면 매우 가난한 도로 전락하게 된다’고 밝혔다”면서 “인천은 경기도에서 떨어져나간 후 재정자립도가 14년 연속 높아졌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 지사 측은 경기북도 설치와 관련해 “선거를 의식한 근시안적 주장”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재명 캠프의 홍정민 대변인은 “경기북도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태인데 분리하면 경기 예산이 남부에 집중돼 남북 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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