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델타변이와 경제성장 속도 둔화 우려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하락했습니다. 반면 나스닥은 소폭 상승했는데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의 말처럼 델타변이 확산에도 미국이 전면적인 락다운(폐쇄)를 할 가능성은 낮지만 실내 마스크 착용 강제 같은 규제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재도입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는 경제에 어느 정도 타격을 주겠지요.
이날 주목할 만한 것으로는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의 발언이 있습니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그가 이날 이르면 10월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죠. 테이퍼링에 대한 시장의 시각과 미국의 코로나19 상황 간단히 전해드립니다.
월러 이사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8월과 9월에 나올 고용보고서상 일자리 증가가 80만개 수준에서 이뤄지면 이것은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는 연준이 긴축을 시작할 수 있는 기준을 만족시킨다”고 밝혔습니다.
아주 구체적이면서도 명확한 말인데요. CNBC는 “연준이 이르면 10월부터 채권매입을 축소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8월과 9월은 발표시점 기준으로 보입니다. 7월에 85만 명(6월 일자리 보고서) 증가했고 8월에 78만8,000명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기 때문인데요. 다우존스에 따르면 6일에 나올 7월 고용보고서는 78만8,000개의 비농업 일자리 증가가 예상되는데 100만 개처럼 예측치를 크게 웃돌면 연준이 즉시 테이퍼링 준비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핵심은 80만개씩 두번, 즉 160만 개 정도의 비농업 일자리가 추가로 증가하면 연준이 생각하는 테이퍼링의 요건을 맞추게 되는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두 달 간 160만 개에 미달하면 테이퍼링 개시 시점은 늦어질 것이고 많으면 연준이 더 확고하게 입장을 굳히겠죠. 월러 이사의 발언대로 100% 이뤄지지 않더라도 대략 감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말입니다.
미국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두 달 동안 2,24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그 이후 1,560만개의 일자리가 복구된 상황입니다. 결국 6일 나올 고용보고서가 1차 관문이겠습니다.
월러 이사의 발언을 보면 이르면 10월부터 테이퍼링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빠른 건데요. 월가에서도 7월 FOMC 이후 예측 시점을 앞당긴 곳들이 적지 않습니다.
JP모건의 경우 정책결정문에 “경제상황 진전” “다가오는 회의들(in coming meetings)”라는 말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테이퍼링이 빨라질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12월 공식 발표 후 내년 1월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번 FOMC 후에는 11월 발표 후 12월 실시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여둔 상태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2013년의 사례를 보면 ‘in coming meetings’가 2차례의 FOMC를 의미했다는 점을 미뤄볼 때 11월 발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UBS도 12월 발표가 유력하지만 11월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어쨌든 이번에는 테이퍼링이 한 번 시작하면 그 속도가 빨라질 것 같습니다. 월러 이사는 “이번에는 감축 페이스가 빠를 것으로 본다”며 “감축 과정이 시작된 이후 5~6개월 후면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중단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테이퍼링과 함께 2022년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도록 빨리 갈 필요가 있다고도 했죠. 정리하면 ①두 달 간 매달 일자리 80만개가 핵심 ②이르면 10월 테이퍼링 개시 ③테이퍼링시 자산매입 감축속도 예전보다 빠를 것 등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겠습니다.
물론, 델타변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3분 월스트리트’에서 수차례 전해드렸듯 최소한 상당 수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델타변이에 대한 걱정이 한국처럼 크지 않습니다.
지난 주 여름휴가로 중부 지역을 돌아봤는데요. 시카고를 비롯해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등 주요 지역 박물관과 관광지는 사람이 넘쳐났습니다. 노아의 방주를 재현해 놓은 켄터키주의 ‘아크 인카운터’는 대형 버스로 입구에서 시설까지 사람을 실어나르는데 버스 안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이 1~2명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방주 모형 실내에서도 서로 어깨를 접고 지나가야 할 정도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이는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당분간 악화할 것이라는 점과 함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정 부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데요. 연준이 고용지표만 올라오면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죠. 이미 집값도 많이 오른 상태입니다.
실제 이날 백악관은 최소 1회 백신을 맞은 미국 성인 비율이 70%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요. 지금까지 18세 이상 성인 1억8,076만 명이 최소 1회 백신을 맞았고 2회차까지 마친 성인은 전체의 60.6%인 1억5,650만 명에 달합니다.
델타변이에 미국의 환자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상황도 악화할 것입니다. 이는 피할 수 없는데요. 그럼에도 미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기본 방향과 미국민들의 생각이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점,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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