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그의 부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2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이혼했다. 결혼 생활 27년 만에 완전히 갈라서게 된 두 사람은 약 175조원에 달하는 빌 게이츠의 재산을 분할하는 데 동의했으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주 킹카운티 법원은 이날 두 사람의 이혼을 법적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3일 결별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지 3개월 만이다. 미국 법원은 이혼 신청이 접수된 뒤 최종 확정까지 90일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있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법원 서류를 인용해 두 사람은 재산 분할 계약에 동의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법원에 제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분할 계약은 재산과 채무, 이혼 절차에 든 법적 비용 등을 어떻게 나눌지를 규정하는 문서다. 법원은 두 사람의 재산 분할을 "공정하고 공평하다"고 평가하면서 계약서 조건에 따라 재산을 나누라고 명령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재산이 많은 부자로, 현재 1,520억달러(174조9,520억원)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재산 분할 외에 빌 게이츠가 멀린다 게이츠에게 별도로 지급해야 할 생활비(spousal support)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이 석 달 전 이혼을 발표했을 때 재산 분할 등에 대한 혼전 합의를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으나 법원 문서를 확인한 결과, 혼전 합의서는 없었다고 연예 매체 TMZ가 전했다.
폭스비즈니스는 재산 분할 논의를 시작할 때 양측이 법률팀까지 보강하며 분쟁에 대비했으나 "원만한 합의에 도달한 것 같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워싱턴주는 결혼 기간 축적한 모든 재산에 대해 부부가 동등한 권리를 갖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게이츠 부부는 법원이 승인한 분할 계약서를 작성했고 이 내용은 비공개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멀린다 게이츠는 이혼 발표 직후 24억달러(2조7,600억원) 가치의 4개 회사 주식을 빌 게이츠로 넘겨받았다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한 적이 있어 그 이후로도 재산 분할 절차는 계속 진행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당시 멀린다 게이츠가 양도받는 주식은 멕시코 코카콜라 펨사 2,580만주, 멕시코 방송매체 그루포 텔레비사 1억5,540만주, 자동차 거래업체 오토네이션 294만주, 캐나다국립철도 1,410만주다.
두 사람은 미성년 자녀가 없기 때문에 자녀 양육권이나 양육비에 대한 내용은 법원의 이혼 확정 문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멀린다 게이츠는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지만, 법원에 개명을 요청하진 않았다.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는 1987년 교제를 시작해 1994년 결혼했으며, 2000년 자선 재단인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공동으로 설립했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이혼 발표 당시 재단 공동 운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제 이혼이 확정됐기 때문에 재단 운영에서도 갈라설 가능성이 있다고 CNBC 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