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중국의 한 기업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 업체가 아마존을 제치고 미국 내 최다 다운로드 쇼핑 애플리케이션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화제의 기업은 패션 브랜드 '쉬인(Shein)'.
2008년 설립된 쉬인은 자라·H&M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다.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상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e커머스 기업이기도 하다. 시밀러웹에 따르면 쉬인의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전 세계 어떤 의류 브랜드나 소매 업체보다도 많다. 전 세계 220개국에 판매하는 쉬인의 지난해 매출은 100억 달러(약 11조 5,130억 원, 외신 추정) 상당이다.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브랜드 피워도 상당하다. 최근 컨설팅 업체 칸타그룹과 구글이 발표한 중국 글로벌 브랜드 순위에서 11위를 기록해 텐센트(12위)·칭다오(14위)를 앞섰다.
중국 패션 업체가 미국 등 전 세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뭘까.
쉬인의 특징은 다양한 디자인과 빠른 공급이다. 쉬인은 매일 1,000~6,000개의 신상품을 웹사이트에 업데이트한다. 2일 업데이트된 상품만 5,563개다. 신상품은 대체로 소량 생산된 뒤 판매 추이에 따라 조절되는데 이 과정은 쉬인의 공급망 관리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진행한다. 예를 들어 A 제품의 주문량과 장바구니에 담긴 횟수를 모니터링한 뒤 주문이 늘 것으로 예상될 경우 A를 생산한 공장과 자재 공급 업체에 자동으로 추가 주문이 들어가는 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통상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2~3주가 걸리는데 쉬인은 이를 5~7일로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생산 기간 단축은 최신 트렌드 반영으로 이어진다. 다른 브랜드 대비 시장의 니즈가 담긴 제품을 빨리 출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금 지급 시기도 대다수 업체들은 납품 90여일 후에 하는 데 비해 납품 30~45일 후로 더 빠르다. 이는 300여 곳에 달하는 공급 업체의 로열티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덕분에 30벌가량의 소량 생산도 가능해 쉬인으로서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도 장점이다. 쉬인에서 판매되는 홀터톱은 5달러, 드레스는 22달러 정도다. 10~20대가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 20세인 미국 여성 제니퍼 코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내 옷의 90%는 쉬인에서 구매한 것"이라며 “쉬인에 월 평균 250달러를 지출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심화된 미중 무역 갈등으로 가격이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8년 미중 무역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중국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상품에 사실상 수출세를 부과하지 않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미 미국은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2016년부터 관세 면제 한도를 800달러로 높였기 때문에 쉬인은 수출세는 물론 수입세도 내지 않게 됐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반적인 면 티셔츠에는 수입세 16.5%와 중국의 수출세 7.5%가 부과된다. 보통의 패션 기업은 오프라인 매장에 대량 배송해 관세를 내지만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쉬인은 이를 부담하지 않아 가격 인하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전미섬유협회 회장인 킴 글라스는 "(관세 부과 기준을 밑도는) 택배가 매일 200만 개 이상 미국에 도착한다"고 말했다. 미국의류신발협회(AAFA) 회장을 지냈던 릭 헬펜바인도 "쉬인은 다른 업체보다 약 24%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Z세대를 노린 마케팅도 성공 요인이다. 쉬인은 인플루언서들에게 옷을 무료 제공하고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에 꾸준히 포스팅할 경우 10~20%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소셜미디어상의 노출을 늘리고 있다. ‘e커머스계의 틱톡’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이유다. 인플루언서마케팅 업체인 하이프오디터에 따르면 쉬인은 지난해 틱톡에서 가장 많이 노출된 브랜드로 4,000명 이상의 인플루언서가 쉬인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명 연예인과의 협업과 빅데이터·머신러닝에 기반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적합한 제품을 추천한 것도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극복할 과제도 있다. 디자인 도용 논란이 대표적이다. 최근 닥터마틴 제조 업체인 에어웨어인터내셔널은 쉬인이 닥터마틴의 디자인을 표절하고 닥터마틴이 판매한 제품 사진을 무단 사용했다며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리바이스도 쉬인이 리바이스의 트레이드 마크를 표절했다며 고소한 바 있다.
공급망을 둘러싼 비판도 나온다. 위구르족 강제 노동 이슈가 터지자 많은 기업들은 신장 지역 면화 사용 여부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는데 쉬인은 언급이 없었다.
이밖에도 이슬람교도가 예배 때 사용하는 매트를 장식용으로 판매하고 나치를 상징하는 목걸이를 팔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패스트패션 업체로서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하고 의류 자체의 수명도 짧아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비난도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