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요금 할인이 내년 중반 이후 폐지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기차 소비자들 사이에서 연비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는 충전비가 내연기관 연료인 휘발유·경유의 15% 수준에 불과해 연비보다는 주행거리가 전기차 구매의 가장 큰 요소지만 전기 요금이 매년 오르는 앞으로는 연비도 중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국내 인증을 받은 전기차 모델(상용차·경차 제외)의 연비는 최대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내연기관차는 통상 연비를 1ℓ당 주행거리(㎞)로 따지지만 전기차는 1㎾h당 주행거리로 평가한다.
전기차 가운데 가장 연비가 좋지 않은 모델은 포르쉐의 타이칸 터보S로 1㎾h당 주행거리가 2.8㎞에 불과했다. 파생 모델인 타이칸 4S퍼포먼스 플러스 모델의 연비는 2.9㎞였다. 포르쉐의 전기차 모델들은 에너지공단이 인증하는 복합 연비에서 일반 승용차 중 최하위권에 포진했다.
아우디 전기차도 연비가 낮은 편에 속했다. 아우디 e트론 50 콰트로는 연비가 2.9㎞에 불과했고 e트론 스포트백 55 콰트로는 3.1㎞에 그쳤다.
같은 독일 업체인 벤츠의 경우 EQC 400의 연비가 3.2㎞, EQA250이 4.1㎞로 효율이 중간 정도에 속했으며 BMW i3 94Ah는 5.4㎞로 높은 편에 속했다. 프랑스 완성차업체의 전기차도 연비가 양호했다. 푸조 e-208이 4.4㎞, 르노 조에가 4.8㎞로 모두 1㎾h당 4㎞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국산 전기차는 대부분 연비 순위가 상위권에 랭크됐다.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는 연비가 5.1㎞, 제네시스 브랜드의 파생형 전기차 모델인 G80 일렉트릭파이드는 4.3㎞로 나타났다. 전날 출시된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모델 EV6는 스탠다드 모델 기준 연비가 5.6㎞로 포르쉐 타이칸의 2배에 육박했다. EV6는 현재 각 완성차 브랜드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전기차 모델 가운데 연비와 주행거리 면에서 모두 톱 수준이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가 부족해 소비자들이 주행거리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충전소가 점차 늘어나고 충전 요금이 정상화되면 연비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기차를 구매한 뒤 10년가량 장기간 운행할 소비자라면 주행거리 못지않게 연비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에너지공단은 연간 1만 5,000㎞ 주행을 전제로 포르쉐 타이칸의 연간 충전비는 90만 원 안팎인 반면 EV6의 충전비는 46만 원 정도인 것으로 계산했다. 충전 요금 할인이 폐지되면 이 격차는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