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배터리 사업부 떼내는 SK이노베이션, 30兆 투자자금 부담 커질 것"

4일 배터리·E&P사업부 물적분할 결정
자회사 상장, 지분 매각 감안해도 재무 여력↓


물적분할을 결정한 SK이노베이션(096770)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추후 배터리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 규모와 자금 조달 방안, 중장기적인 현금흐름 추이에 따라 회사의 신용등급도 갈릴 전망이다.


5일 한국신용평가는 SK(034730)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에 대해 "자회사 상장, 일부 지분 매각 등을 감안하더라도 추후 투자자금 소요에 따라 자금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장 회사 분할에 따른 신용도 조정은 없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배터리 사업부문과 E&P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분할존속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신설되는 배터리 사업부문과 E&P 사업부문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다. 분할기일은 오는 10월 1일이다.


한신평은 SK이노베이션이 발표한 30조 원 규모 투자 계획을 감안할 때 추후 자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배터리 사업의 경우 중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자금 소요와 투자 성과의 변동성이 재무안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5년 간 배터리 및 분리막(LiBS) 생산설비 증설 배터리 소재 재활용 및 판매망 구축 SK종합화학 생산설비 신·증설 등 배터리와 소재 부문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료=한국신용평가

회사는 올해 배터리 소재사업 자회사인 SK IET를 상장해 약 2조2,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SK루브리컨츠 지분 40%를 매각해 약 1조1,000억 원을 손에 쥐었다. SK리츠를 통해 주유소 자산과 서린빌딩을 유동화하면서 약 1조 원의 자금도 유입됐다. 현재 약 10억 달러에 이르는 페루 광구 지분도 매각하고 있으며 SK종합화학 일부 지분에 대해서도 투자자를 찾고 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단기 투자와 LG화학과의 배터리 소송 합의금 충당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배터리 신설법인 상장과 재무적·전략적 투자자와의 투자 비용 분담, 정부 인센티브 활용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처럼 공격적인 현금 확보세에도 불구하고 한신평은 SK이노베이션의 자금 부담이 추후 가속화될 것으로 봤다. 외부차입과 보유 자산 매각, 기존 주력 사업에 의존한 배터리 사업 투자자금 조달 구조가 장기간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신평은 "현금확보 규모와 방식, 재무구조 변화 등을 고려해 회사의 신용도를 결정할 것"이라며 "배터리 사업 자체의 이익창출력 확보 시점과 영업실적이 SK이노베이션의 재무지표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