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한국 여자골프가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영 맥을 못 추고 있다. 폭염 아래 호박잎처럼 시들시들하다. 6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CC(파71)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여자골프 3라운드.
고진영(26)과 김세영(28)은 7언더파 공동 10위, 김효주(26)는 5언더파 공동 18위, 박인비(33)는 3언더파 공동 25위에 자리했다. 단독 선두는 15언더파를 기록한 넬리 코르다(미국)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 박인비는 코르다에 12타 차, 한국 선수 중 가장 성적이 좋은 고진영과 김세영도 8타 뒤져 있어 최종일 금메달 획득 가능성은 희박해진 상황이다. 다만 공동 3위(10언더파) 그룹과는 타수 차이가 크지 않아 아직은 메달 희망은 남아 있다.
문제는 분위기다. 4명의 한국 선수는 1~3라운드 동안 ‘폭발적인 라운드’를 한 번도 기록하지 못했다. 정체된 판세를 크게 흔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최종 라운드에 예보된 태풍이 어쩌면 ‘행운의 바람’이 될 수도 있다.
고진영도 이날 경기를 마친 후 “날씨가 안 좋으면 우리에게 불리한 건 없다. 변수가 더 많아지는 게 좋다. 이렇게 날씨가 좋기만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상위권 선수들이 날씨 영향을 받고, 우리는 그럴 때 실수 없이 하면 격차를 줄일 수 있다”며 “골프는 끝날 때까지 모른다”고 했다.
김효주 역시 “날씨가 안 좋으면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유리하다. 우리 선수들이 내일 노련하게 경기하면서 점점 좋은 경기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세계 랭킹 2~4위인 고진영, 박인비, 김세영과 6위인 김효주의 실력이면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날씨 때문에 흔들릴 가능성이 적다고 본 것이다.
고진영은 최종 라운드 전략과 관련해 “내일 무조건 두 자릿수 언더파로 끝내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반 9홀을 잘 쳐야 한다”고 했다. 김효주는 “1· 2라운드 때 퍼팅이 안 됐는데 오늘 후반에 라인을 거의 보지 않고 느낌대로 쳤더니 오랜만에 중거리 퍼트가 들어가더라”며 “내일도 보이는 대로, 바람도 잘 활용하면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