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자산이 법정화폐와 경쟁하며 통용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일부 제한적 용도로 사용되면서 투자 수단으로써 투자나 투기수단으로는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8일 발표한 ‘디지털 혁신에 따른 금융부문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 보고서에서 블룸버그 등 주요 언론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디지털 경제가 확대되면서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자산이 교환이나 가치저장수단으로 법정화폐와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반박한 것이다.
비트코인이 향후 법정통화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서는 암호자산이 디지털기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휴대나 지급이 편리한 데다 국경 간 거래에서도 환전절차가 필요 없기 때문에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 디지털 상거래가 일반화되는 환경에서는 과거 금과 같이 인플레이션 헤지를 할 수 있는 ‘디지털 골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암호자산이 사용가치나 법적 강제력이 없이 ‘디지털 경제에 적합한 미래화폐’라는 민간영역의 자기실현적 기대에 기반해 투자가 활발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른 가격 급등락과 그 폭이 크기 때문에 화폐의 지급결제 및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6월 암호자산이 국경을 넘어 익명으로 거래되는 특성상 탈세, 자금세탁, 테러자금 등 불법행위와 연관될 수 있기 때문에 거래규모가 확대될수록 각국 정부가 관련 규제를 강화하게 된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암호자산 중에서도 법정화폐와 연동돼 안정된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은 암호자산 생태계 및 가상세계, 국가간 송금 등에 활용될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봤다. 특히 메타버스 등 가상 세계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거래 지원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법정화폐와는 별개로 민간영역 일부에서 제한적 용도로 사용되면서 투자 및 투기수단으로서 관심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