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전해철 장관 "재정분권 강화…'지방자치 2.0 시대' 마중물 마련할 것"

■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대담=이지성 사회부 차장 engine@sedaily.com
'지방자치법 개정안' 통과…국세·지방세 분담비율도 72.6 대 27.4로 배분
수도권 집중 책임 통감, 인구소멸지역에 국가균형발전 특단책 세워 지원
중대본 2차장으로 지자체와 코로나 대응…11월 국민 70% 접종 완료에 최선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오승현 기자

‘풀뿌리 민주주의’는 지방자치제를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용어다.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이 말을 주창하며 “지방자치는 자유를 보장하는 장치이자 납세자가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이며 모든 정치의 훈련장”이라고 정의했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정권을 행사하는 지방자치제야말로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는 광복 이후인 지난 1949년에 처음 도입됐지만 지방의회(기초·광역의원 선출) 선거가 다시 치러진 1991년이 사실상 원년이다. 올해로 30년을 맞은 지방자치제는 내년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지방정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32년 만에 통과되면서 지방자치제는 ‘지방분권 2.0’으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전해철(사진)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가 실질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재정분권”이라며 “지난달 28일 당정청이 재정분권특별위원회를 통해 마련한 재정분권 추진안이 ‘지방분권 2.0’을 열어젖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항목은 특례시 신설이다. 인구 100만 명 이상인 도시 4곳에 특례시 명칭을 부여하고 추가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별시·광역시와 구분되는 새로운 형태의 지방자치단체로, 경기 수원·고양·용인시와 경남 창원시가 내년에 특례시로 승격된다.


전 장관은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기초지자체로 정한 특례시의 특성을 고려해 행안부는 자율적인 사무 처리 권한을 확보할 수 있도록 특례시지원협의회를 가동하고 있다”며 “특례시로 지정되더라도 위상과 권한이 현재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특례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장관은 인구 100만 명 이상의 특례시 외에 시군구가 주축이 되는 특별지자체도 지방자치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남원시 및 장수·구례·곡성·산청·하동·함양군)과 해오름동맹(울산·경주·포항)을 주축으로 특별지자체를 구성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방자치제 출범 30주년을 맞았지만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재정분권은 요원한 실정이다. 대다수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국비 지원 없이는 재정 자립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행안부·청와대는 지난달 28일 국회 재정분권특별위원회를 통해 내년부터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72.6% 대 27.4%로 조정하는 ‘2단계 재정분권 추진안’을 확정했다. 이 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당초 문재인 정부가 국정 과제로 내걸었던 70% 대 3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놓인 국가 재정을 감안했을 때 지방정부의 재원을 확충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특히 2018년 78% 대 22%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게 전 장관의 설명이다.


전 장관은 “당초 자치분권위TF가 70% 대 30%를 제시한 것과 비교하면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앞으로 지방분권 2.0 시행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며 “지방소비세율도 현행 21.0%에서 25.3%로 인상되는 만큼 지방재정이 매년 1조 원 이상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중앙정부의 재정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로 이양되는 재정을 확충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전 장관은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한 지방 소멸 위기에 대해 주무 부처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간 역대 정부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고 다각적인 지원과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수도권 인구가 국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고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도 52%를 돌파했다. 지방 소멸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는 인구 감소 지역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행정·재정적 사항과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행안부는 올 하반기 중으로 고령 인구, 유소년 인구, 출생률, 인구 감소의 지속성, 인구 이동 추이 등을 고려해 지정 기준을 세우고 인구 감소 지역을 지정할 예정이다.


전 장관은 “정부는 시도가 수립한 발전 계획을 기반으로 인구 감소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적인 시책을 마련하고 이를 제5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2023∼2027년)에 반영할 방침”이라며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기존에 부처가 추진하는 보조 사업 외에 지역에 특화된 사업에 대한 지원도 내년부터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의 위기는 지자체가 연합하는 특별자지단체와 행정구역 통합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부산·울산·경남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부울경 메가시티’와 ‘대구·경북 행정 통합’이 대표적이다. 각자도생이 아닌 지자체 통합을 통해 행정력 낭비를 줄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청사진이다.


전 장관은 “정부는 지역의 초광역적인 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올 4월 ‘메가시티 지원을 위한 범부처 TF’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지자체의 의견을 우선 반영하되 특별지자체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표준 규약과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마련해 제공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울경 메가시티는 지방정부가 주도해서 특별지자체를 추진하는 선도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지방정부가 연대해 지역 경제의 경쟁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 발전을 이끄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위한 밑그림으로 제시한 한국판 뉴딜에 대해서도 전 장관은 철저한 예산 집행을 통해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판 뉴딜에 뒤늦게 지역 균형 뉴딜이 포함되면서 기존 지자체 사업의 재탕이라는 지적과 지역별 예산 나눠 먹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전 장관은 “지역 균형 뉴딜은 한국판 뉴딜을 지역으로 확산하고 국가 균형 발전 정책을 지역별 맞춤형 전략으로 연계하는 것”이라며 “각 지자체가 중앙정부 위주의 개발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과 여건을 반영하는 사업이기에 기존 지역 사업과 차별점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업 중복 및 예산 낭비 논란과 관련해서도 “올해 초 각 지자체로부터 1,178개 사업을 제출받았는데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728개 사업이 ‘긍정 평가’를 받았다”며 “지역 주민이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주민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발굴하고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뉴딜 사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말 취임한 전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을 맡아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서 연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취임 초기부터 각 지자체에 철저한 방역 대책을 주문하고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한 끝에 올 4월 94개소였던 예방접종센터를 3개월 만에 282개로 확대했다.


전국 예방접종센터를 적재적소에 운영하면서 이끌어낸 일자리 창출도 행안부의 성과로 꼽힌다. ‘희망근로지원사업’으로 1만여 명의 지원 인력을 배정했고 전국 246개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을 통해 16만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 전 장관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지자체의 방역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전 국민의 70%인 3,600만여 명에 대해 다음 달까지 1차 접종을 마무리한 뒤 오는 11월에는 2차 접종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e is...


△1962년 전남 목포 △1981년 마산중앙고 졸업 △1985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2004년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 △2006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제21대 국회 전반기 정보위원회 위원장 △2020년~ 행정안전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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