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D램으로 불리는 DDR(Double Data Rate)5가 올 4분기부터 상용화될 가능성이 커지자 관련 부품 및 장비주들이 연일 급등하고 있다. 모듈의 구조가 바뀐 DDR5의 양산 시 기판을 포함한 부품 수요가 대폭 늘어나며 소수의 공급 업체에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향후 3년 내 DDR5의 판매가 기존 DDR4를 추월하는 ‘D램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며 관련 부품 업체들에 대한 목표주가를 연일 올리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 심텍(222800)은 지난 6일 전 거래일보다 5.92% 오른 3만 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23% 가까이 급등하며 연일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마찬가지로 PCB를 생산하는 코리아써키트(007810) 역시 최근 3거래일 동안 8.05% 상승했다. 반도체 소켓 제조업체 ISC(095340)는 이달 들어 주가가 10% 넘게 올랐다. 반도체 장비주로 묶이는 엑시콘(092870), 테크윙(089030) 역시 같은 기간 각각 11.30%, 6.42% 뛰었다.
올 4분기부터 PC용을 시작으로 기존 DDR4에서 DDR5로의 D램 세대교체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되며 D램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반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DDR5는 현재 범용으로 쓰이는 DDR4 대비 2배 개선된 성능을 갖춰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에 최적화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꼽힌다. 그러나 인텔 등 서버 고객사가 신규 CPU 출시 시기를 예상보다 늦춰왔다. 그러나 최근 인텔은 4분기 차세대 PC용 CPU 앨더레이크, 내년 1분기엔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를 양산 방침을 밝혔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주요 메모리 업체는 DDR5 신제품의 동작 및 호환성 검증 등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 14나노 기반의 DDR5 메모리 신제품 양산 계획을 밝히며 “현재 14나노대에서 구현 가능한 최소 선폭을 기반으로 극자외선(EUV) 5개 레이어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해 10월 세계 최초로 DDR5 제품을 선보인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29일 2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DDR5 제품의 대량 생산을 예고했다.
모듈 구조가 변경되는 DDR5부터는 후공정 장비 업체뿐 아니라 관련 부품 생산업체 전반이 함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DDR4를 포함한 기존 D램 사이클에선 구조 변화가 미미해 소켓 및 후공정 장비 업체 일부에서만 실적 개선이 나타났지만 DDR5에선 D램의 모듈 설계 구조가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DDR4까지 메인보드에서 담당했던 전력관리 기능의 일부를 D램 모듈이 수행하면서 모듈 안에 전력관리반도체(PMIC), 온도센서, 데이터버퍼IC 등의 반도체들이 대거 탑재되기 때문에 전자 부품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DDR5 상용화가 시작되면 패키징기판 등에 대한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DDR5 점유율은 2022년 30%까지 늘고, 2023년 말에는 DDR4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내년부터 고부가 기판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이에 대응해 증설에 나선 공급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증권사들은 D램 전환 수혜가 집중될 부품주들의 목표주가 상향 조정에 나섰다. 지난 6일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3곳은 고부가 반도체 PCB 생산 확대로 하반기 실적 개선세가 주목되는 심텍의 목표주가를 기존 3만 원대에서 4만 원으로 일괄적으로 올렸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심텍의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903억 원으로 연초 대비 29% 상향하며 “올해 하반기 이뤄지는 패키지기판 증설과 DDR5 모멘텀이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은 엑시콘이 하반기부터 신규 테스터의 매출을 늘릴 것으로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1만 8,000원에서 2만 1,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