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문턱을 낮춰 궁극적으로는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도 웹툰 작가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좋은 소재, 재밌는 스토리만 있으면 누구든지 웹툰을 만들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김대식 네이버웹툰 인공지능(AI) 기술 총괄은 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하반기 AI 기반의 자동채색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웹툰에 쓰이는 인물·배경 등을 자동으로 채색해주는 기술로 창작자들의 제작 효율성을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네이버가 AI 자동채색 기술을 상용화해서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총괄은 “일단 데모버전으로 시작해 로그인만 하면 쓸 수 있는 형태로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총괄은 AI 전문 스타트업 ‘비닷두’의 창업자다. 2017년 회사를 설립해 영상 이미지를 다루는 AI 솔루션을 개발했다. 비닷두는 네이버의 스타트업 양성조직인 D2SF의 초기 투자를 받았고 지난해 1월 네이버에 인수됐다. 이후 김 총괄은 네이버웹툰 내 AI 연구·개발을 담당하게 됐다. 이어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11월 김 총괄을 주축으로 한 AI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현재 50여 명 규모이며 창작·콘텐츠 보호·플랫폼 자동화·AI 기술 상용화 등 4개 팀으로 구성됐다. 김 총괄이 네이버웹툰에 처음 합류했을 당시 AI 관련 인력이 10명 남짓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몸집이 5배 가량 커진 것이다. 김 총괄은 “보다 체계적으로 AI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기 위해 조직 개편에 나섰다”며 “앞으로도 좋은 분들을 계속 채용해 조직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네이버웹툰이 AI를 활용하는 것은 자동채색뿐만이 아니다. △실사 이미지를 특정 웹툰 캐릭터로 변환해 주는 ‘얼굴 변환’ △불법 이용자를 탐지하는 ‘툰레이더’ △부적절한 컷을 자동 필터링해 주는 ‘툰세이퍼’ △웹툰 속 인물 등 오브젝트를 따내는 ‘자동 누끼따기’ 등에 AI를 적용해 기술을 개발,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툰레이더는 이전 버전보다 업그레이드 해서 웹툰 속 숨겨놓은 정보를 통해 ‘불펌(불법공유)’을 추적하는 ‘V6 워터마킹’ 기술과 이용자 패턴을 기반으로 이상행동을 감지하는 기술도 준비 중에 있다. 김 총괄은 “불펌 문제는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도 많이 발생한다”며 “아직 네이버웹툰 서비스가 출시되지 않은 중동 지역에서도 불펌 사이트가 생겨날 정도”라고 전했다.
또 누끼따기는 이미 내부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해 디자이너들의 업무 효율을 개선시켰다. 누끼따기는 배경을 제거한 캐릭터 모습만 가져오는 기술로 보통 섬네일 제작에 쓰이는데, 사람이 직접 하면 각각의 점과 선을 일일이 잡아내야 해서 품이 많이 든다. 김 총괄은 “누끼따기 하나 하는데 디자이너 한 명이 하루 업무 시간의 3분의 1인 2~3시간을 붙잡고 매달려야 한다”며 “그런 복잡한 작업에 AI를 활용하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수 분 안에 해내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괄은 네이버웹툰이 창작자에게 있어 유튜브와 넷플릭스 성격을 모두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유튜브와 같은 모습을 가지면서도 내부 선별을 통해 전문적인 콘텐츠를 독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넷플릭스 속성도 갖고 있다”며 “네이버웹툰이 가장 우선하는 가치는 이러한 창작자 생태계를 성장시키는 것이고 AI 조직의 역할도 이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웹툰은 앞으로도 짜여진 로드맵에 따라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AI 기술들을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김 총괄은 “창작자의 창작 활동을 AI가 대신한다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작가들의 창작을 도우면서 더 나아가 창작자 저변을 넓히는 것이 네이버웹툰의 방향성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