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도 뒷짐...대환대출 플랫폼 첩첩산중

"은행 교통정리 전 나설 필요없다"
금리 경쟁·수수료 부담 우려에
대환플랫폼 참여여부 확답 미뤄
저축銀도 난색...일부만 참여 가닥
금융지주 "제한적 시행" 제기에
다급해진 정부도 "살펴보겠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금융권 민생지원 및 일자리 창출 점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함영주(왼쪽부터) 하나금융 부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은 위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 /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추진하는 ‘빅테크·핀테크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플랫폼’에 은행에 이어 카드사들도 선뜻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 규제 산업이라는 금융의 특성상 당국이 압박하면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은행도 교통정리가 안 된 마당에 득보다 실이 많은 사안에 굳이 먼저 나설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저축은행 정도만 참여 쪽으로 가닥을 잡아 ‘반쪽’ 출범이 우려된다.


10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당국은 올해 10월 플랫폼을 출시하고 12월에 2금융권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각 카드사는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를 위해 12월까지 금융결제원과 대출 정보 시스템 연계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당국이 추진하는 ‘빅테크·핀테크 플랫폼’에 참여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카드사에 당국 주도 플랫폼 참여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카드론 등 카드사 대출은 중도 상환 수수료가 없어 플랫폼에서 각 카드사의 카드론 최저 금리와 대출 한도 등이 한눈에 비교되면 소비자는 간편하게 금리가 낮고 조건이 좋은 곳으로 갈아탈 수 있다. 잇단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수익원을 카드론으로 돌린 카드사는 금리 경쟁에 말려들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수수료도 문제다. 당국 주도 플랫폼 구조를 보면 카드사가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유치할 경우 일정 액수를 빅테크·핀테크에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금은 안 나가던 수수료 부담이 새롭게 생긴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주 계열사의 경우 은행권은 이미 은행연합회 차원의 플랫폼 출범에 나선 만큼 카드사가 정부 주도 플랫폼에 참여하는 독자 행보에 나서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아울러 빅테크·핀테크가 상품 판매 수수료는 받아가면서 상품에 불완전 판매 등의 문제가 생길 시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구조도 카드사는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이번 빅테크·핀테크 플랫폼을 시작으로 카드사는 카드론 등 상품 제조만 하고 판매 채널은 플랫폼에 넘겨줘 플랫폼의 ‘하청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우려도 제기한다.


이런 가운데 농협·새마을금고·신협 등 상호금융권도 올해 정부 주도 플랫폼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당국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은행과 달리 전국에 퍼져 있는 개별 신협은 독립된 인격체를 가진 법인”이라며 “중앙회가 개별 신협의 동의를 다 받아야 하고 시스템 구축도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권익 보호 차원에서 플랫폼 추진은 환영할 일이지만 신협 등 상호금융권 특성을 반영한 논의 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저축은행은 가계대출이 많은 15개사가 금융 당국 일정대로 빅테크·핀테크 플랫폼에 참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여전히 우려를 품고 있다. 지금도 일부 핀테크 업체가 저축은행 대출 비교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 상품 수수료가 올라가고 있어 대환대출 플랫폼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주도 플랫폼 흥행에 비상이 들어오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5대 금융지주 회장과 만난 후 “금융지주 회장들이 플랫폼에 관해 걱정을 하며 제한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 중금리로 하는 방안 등 여러 아이디어를 냈다”며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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