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등록 계급' 상향 난항에...경찰 '부글부글'

LH사태후 '전 공직자 등록' 분위기
"다른 부처보다 가혹하다" 반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건물. /사진 제공=경찰청

12만 경찰의 숙원 사업인 재산 등록 계급 상향 추진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경찰청은 올해 초까지 인사혁신처에 ‘경찰 공무원 재산 등록 범위를 축소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사태 이후 정치권이 모든 공직자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오히려 기준이 강화될 처지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23일 취임 1년을 맞아 경찰 내부 게시판 ‘폴넷’에 직원 현장 제언 과제 추진 경과 보고서를 게시했다. 김 청장은 “최근 경찰 공무원 재산 등록 범위 축소에 대한 헌법소원이 접수된 만큼 국회와 헌재 심사 과정에 맞춰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직자 재산 등록 기준이 타 부처 공무원과 비교해 가혹하다는 내부 불만이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은 원칙적으로 4급 이상 공무원에게 재산 등록을 하도록 했다. 경찰은 총경급 이상이 대상이다. 하지만 1994년 경찰·감사원·국세청 소속 공무원 등 7급 이상 공무원을 재산 등록 의무자로 규정하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적용되면서 경사급 이상 경찰 공무원의 재산 등록이 이뤄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월 기준 경사급 이상 재산 등록 대상은 9만 434명이다. 이는 전체 인원 12만 8,148명의 70.5%에 달한다. 시행 첫해인 1994년 경찰 재산 등록 대상은 27.4%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는 경찰 10명 가운데 7명이 재산 등록 대상일 정도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사 과정에서 경사의 재량권이 많았지만 현재는 그야말로 실무진에 불과하다”며 “은퇴하신 부모님 재산까지 매년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현직 경찰관 1만 3,000여 명은 지난달 16일 하위직 경찰 공무원까지 재산 등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일선 경찰 공무원들의 바람과 달리 재산 등록 계급 상향 추진은 난항이 예상된다. 3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든 공직자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고 공직자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얻은 부패 수익의 최대 5배에 달하는 징벌적 벌금을 부과하는 ‘공직자윤리법과 부패방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경찰은 특정 사건이 발생한 후 수사를 통해 수습하는 역할을 하지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며 “경사의 재산 등록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현황을 등록하는 그야말로 빚 등록”이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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