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환자가 탄 구급차를 가로막은 택시기사 사건과 관련해 '택시기사가 유족에게 3,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3단독 신정민 판사는 고(故) A씨(사망 당시 79세)의 유족이 택시기사 최 모(32)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선고 공판을 이날 오후 열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유족을 대리하는 이정도 법무법인 참본 변호사는 "최씨가 A씨의 남편에게 1,700만원, 아들에게 1,100만원, 며느리에게 200만원씩 총 3,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재판부가)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지난해 6월 8일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구급차가 일부러 접촉사고를 내고 "사고 처리부터 해라.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약 10분간 앞을 막아섰다. 구급차에 타고 있던 폐암 4기 환자 A씨는 이송이 지체된 끝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고 5시간 만에 사망했다. 이 사건은 유족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통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최씨는 이 사건을 비롯해 2015년부터 5년간 전세버스 등을 운전하며 가벼운 접촉사고로 2,150만원 상당의 합의금 등을 챙긴 혐의(특수폭행·특수재물손괴·업무방해·보험사기방지법 위반)로 구속기소됐고, 지난달 3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다만 당시 검찰의 기소 내용에 사망 책임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이에 유족은 지난해 7월 최씨를 살인, 살인미수, 과실치사·치상 등 9개 혐의로 고소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최씨의 행위로 인해 A씨는 물론 가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은 명백한 바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하지만 살인 혐의 사건을 수사한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4월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대한의사협회의 감정 결과 '최씨의 이송 지연과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 주요 이유였다.
결국 이번 민사 판결로 최씨가 자신의 이송 지연 행위 및 이로 인해 발생한 유족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금전적 책임을 지게 된 셈이다. A씨의 아들인 김 모씨는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셔서 3,000만원이 됐든 3억원이 됐든 돈이 중요하진 않다"면서도 "이렇게라도 (유족이 입은) 피해를 인정받은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