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라 조국의 아들 딸들아”로 시작해 “무기를 들어라, 시민들이여! 대오를 갖춰라!”의 후렴구로 절정에 오르는 이 곡은 프랑스의 국가(國歌) ‘라 마르세예즈’다. 낭만과 예술의 나라 프랑스를 상징하는 노래 치고는 과하게 선동적인 이 곡은 프랑스 혁명 후 왕가의 재기를 견제하려 나선 마르세유 의용군의 용맹함을 노래했다. 1792년 4월25일, 프랑스 역사학자의 권유를 받은 작곡가 클로드 조제프 루제 드 릴이 혁명 정신에 취해 하룻밤 만에 곡을 완성했다. 공화국 정부의 눈 밖에 난 루제는 감옥에 갇히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그의 노래는 1795년 프랑스 공식 국가가 됐다.
‘국가로 듣는 세계사’는 영국의 음악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진짜 세상을 바꾼 노래는 뭘까’라는 궁금증으로 쓴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미국의 국가 ‘성조기’는 위기의 순간에 만들어졌고, 카자흐스탄의 국가는 독재자가 만든 노래다.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는 1869년 당시 일왕의 치세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만든 곡이지만, 이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반전(反戰)을 주장하며 국가 제창을 거부하다 자살한 이도 있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 한때 한국이 스코틀랜드의 가곡 ‘올드 랭 사인’에 가사를 붙여 국가로 사용하다 안익태가 ‘애국가’를 작곡한 사연도 특유의 유쾌한 문체로 적어 놓았다. 안익태의 ‘애국가’ 못지않게 국가 같은 위엄을 가진 곡으로 ‘아리랑’도 언급해 눈길을 끈다.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