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값이 지속적으로 뛰면서 일반 국민의 연소득 대비 수도권 집값이 6.8배에서 8배로 크게 늘어났다. 연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수도권의 중위가격 주택을 사려면 8년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상승한 집값 부담에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자가점유율과 자가보유율도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국토교통부는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7~12월 표본 5만 1,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2020년에는 집값과 임대료가 모두 크게 높아지면서 주거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규제와 코로나19, 초저금리 기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자가 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는 5.5배(중위 기준)로, 2019년 5.4배 대비 0.1배 증가했다.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중(RIR)’은 2019년 16.1%보다 0.5%포인트 오른 16.6%를 기록했다. 중위 기준으로 일반 국민이 집을 사려면 5.5년치의 연봉을 모아야 하고, 셋집을 산다면 매달 번 돈의 16.6%를 월세로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PIR은 전국 모든 지역에서 올랐는데 특히 수도권은 6.8배에서 8.0배로 올라 상승폭이 더욱 컸다.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자가점유율과 자가보유율은 모두 감소했다. 본인 소유 주택에 직접 거주하는 비율인 ‘자가점유율’은 57.9%로 2019년(58.0%) 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거주여부와 관계없이 자가주택을 보유한 비율을 의미하는 ‘자가보유율’은 60.6%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해(61.2%)보다 0.6%포인트 감소했다. 수도권(54.1%→53.0%)은 전국 평균보다 감소치가 더 컸다. 이에 대해 정부는 “2021년 들어 공급 선행지표인 ‘아파트 인허가·착공 실적’ 등이 증가하고 있고 그간 발표한 공급대책을 통해 충분한 물량이 추가 공급될 예정이므로 자가보유율은 점차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애 첫 주택마련에 걸리는 기간은 2019년 6.9년에서 지난해 7.7년으로 0.8년 더 늘어나게 됐다. 주택마련 소요 기간은 2016년 6.7년이었지만 4년 만에 1년이 더 늘어나면서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정부는 현 정부 들어 추진한 각종 주거복지 향상 노력에 따라 국민 주거의 질적 측면이 개선됐다고 자평했다.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중은 2019년 5.3%에서 지난해 4.6%로 0.7%포인트 감소했다. 1인당 주거면적은 같은 기간 32.9㎡에서 33.9㎡로 늘어났다.
공공임대주택 거주 가구의 만족도는 2019년 93.5%에서 2020년 94.4%로 개선됐다. 공공임대 입주 의향이 있는 가구도 33.9%에서 35.6%로 증가해 질적인 성과를 보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정부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며 “공공임대주택은 중형평형(전용 60~85㎡)을 도입하는 등 더욱 촘촘한 주거 안전망을 구축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