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캠프의 정치학] 대하빌딩·극동VIP·이마빌딩…'명당' 찾아 둥지 튼 與野 대선주자들

대통령 3명 낸 대하빌딩 최재형이 차지
이낙연도 文이 이용한 대산빌딩에 입주
'중도 확장' 노린 윤석열은 광화문으로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후보자 '원팀' 협약식에서 '정정당당 경선' 선서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마련된 국민의힘 대권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에서 상황실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왼쪽 두번째) 등 실무진들이 사무실 집기 등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잠룡들은 ‘선거 명당’에 캠프를 차리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인다. 특히 일부 건물은 역대 대선 후보들에게 연이어 승리를 가져다준 명당으로 여겨져 인기가 상당하다. ‘대통령의 자리는 하늘이 점지한다’는 믿음이 2021년에도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국민의힘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최근 여의도 대하빌딩에 사무실을 계약해 화제가 됐다. 대하빌딩은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해 정치권에서는 대표적인 ‘선거 명당’으로 불린다. 과거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때 캠프로 활용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바로 옆 용산빌딩에 둥지를 틀었다. 이 건물은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경선 캠프 사무실을 차린 적이 있다.


국회의사당이 자리한 서여의도 일대에는 약 40개가 넘는 빌딩이 존재한다. 최근 여야의 대선 주자가 줄줄이 캠프를 차리면서 한동안 사무실 ‘품귀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한 인사는 “(국회의사당 건너편) 동여의도에 캠프를 차리면 망한다는 속설이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서여의도에 캠프를 마련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국회의사당 인근 극동VIP빌딩의 사무실을 계약했다. 극동VIP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 당시 캠프 본부로 사용하는 등 여의도를 대표하는 ‘선거 명당’으로 불린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7 재보궐선거 당시 캠프로 사용해 주목을 받았다.


이낙연 전 대표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캠프로 사용한 ‘대산빌딩’에 입주했다. 대산빌딩은 과거 민주당이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미니 당사’를 차린 곳이다. 이후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둥지를 틀며 정권 교체의 기반을 세운 장소다. 이 전 대표가 대산빌딩에 캠프를 마련한 것도 문 대통령 당선의 기를 이어받아 정권 재창출에 나서겠다는 소망이 담겼다는 후문이다. 정세균 전 총리는 대산빌딩과 대각선으로 마주한 용산빌딩을 선택했다. 정 전 총리와 원 전 지사 등 여야 후보가 사이좋게 한 건물을 나눠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례적으로 광화문에 대선 캠프 사무실을 마련했다. 단순히 보수 야권의 후보가 아닌 중도 확장이 가능한 후보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여의도 대선 캠프와 비교할 때 정치인 접촉은 어렵지만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각계각층 인사를 만나며 여론을 수렴하기에 용이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임대료 시세는 광화문이 여의도에 비해 약 두 배 이상 높지만 그만큼 윤 전 총장의 탈여의도·중도 확장 의지가 남다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여의도 사무실의 보증금이나 임대료는 윤석열 캠프가 자리한 광화문 이마빌딩보다 저렴하다. 이마빌딩 보증금은 3.3㎡당 약 116만 원으로 여의도 다른 캠프 사무실의 2~3배 수준이다. 이 지사가 입주한 극동VIP빌딩은 보증금은 3.3㎡당 약 35만 원, 이 전 대표의 대산빌딩은 3.3㎡당 40만 원 수준이다. 3.3㎡당 월 임대료 역시 약 11만 6,000원인 이마빌딩에 비해 여의도 일대 빌딩은 3만 5,000~7만 원 선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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