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인재들이 여야 대선 주자 캠프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여당의 한 대선 주자 캠프에 참여한 A 국회의원은 각 캠프의 인재 영입을 ‘삼국지’에 비교했다. 그는 “삼국을 호령한 조조와 유비·손권이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인재를 발굴한 것과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야망을 가졌거나 이권을 챙기려는 인사부터 신념과 실천을 위해 뛰어든 인물까지 캠프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내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잠룡’을 돕겠다는 이유에서 국회의원은 물론 정치 컨설턴트, 관료, 교수, 기자 등도 여의도로 몰려들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시작됐다.
정치권에서는 ‘캠프 정치’와 관련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02년과 같은 틀이 확립됐다고 보고 있다. 이전까지는 당 ‘총재’의 권한이 강력해 캠프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A 의원은 이와 관련해 “당을 장악한 적도 없고 영향력도 없었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노 전 대통령을 돕겠다는 인재들이 캠프에 참여했다”며 “특히 후보로 선출된 뒤에도 당의 후보 흔들기가 계속되자 캠프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후보 간 경선이 벌어졌던 2007년은 내전을 방불케 하는 캠프 정치가 본격화한 시기였다. 한나라당 경선만 통과하면 대권을 쥘 수 있는 상황에서 캠프 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20대 대선 역시 그와 유사한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명락대전’으로 칭할 정도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싸움이 격렬하다. 국민의힘도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총장을 다른 후보들이 견제하며 캠프 정치가 가열되는 양상이다.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의 캠프 정치와 관련해 당과 캠프의 불편한 동거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대통령제를 택하는 미국에만 대선 주자 캠프가 있다”며 “하지만 미국의 경우 우리처럼 중앙당이나 중앙당 사무처도 없고 공천을 행사하는 조직도 없어 후보 중심의 캠프로 선거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즉 중앙당과 캠프가 공존하는 형태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보니 당과 캠프가 경쟁 또는 긴장 관계에 빠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진단이다. 김 소장은 이어 “중앙당은 실력이나 열정 면에서 캠프 조직을 따라올 수 없다”며 “집권 이후에도 캠프 내 인물을 중심으로 주요 인사를 단행해 당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는 문제점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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